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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물처럼 흐르는 원료로 대형 탄소복합재 빠르게 제작
  • 이광호
  • 등록 2026-07-21 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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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물처럼 흐르는 원료로 대형 탄소복합재 빠르게 제작


- 성동기 교수팀, 재활용 어려운 기존 열경화성 복합재료 한계 극복 성과

- 항공·우주·방산·미래 모빌리티용 경량 부품 대량 생산 가능 기대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성동기 교수(연구책임자), 손승모 석박사통합과정생, 허수정 박사과정생, 정승우 석사졸업생, 장문석 석사과정생. (자료제공: 부산대)


반응중합형 나일론 공중합체 기반 열가고성 탄소섬유 복합재료 고속 성형 및 응용 개념도. (자료제공: 부산대)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물처럼 잘 흐르는 저점도 열가소성 수지를 활용해 복잡한 형상의 대형 탄소복합재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신공정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기존 열경화성 수지 기반 공정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생산성과 재활용 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는 응용화학공학부 성동기 교수 연구팀이 기존 열가소성 탄소섬유 복합재료의 산업 적용을 가로막아 온 높은 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반응중합형 성형공정을 개발했다고 7월 20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플라스틱을 직접 녹여 주입하는 대신, 플라스틱이 되기 전 단계의 반응성 전구체를 탄소섬유 내부에 먼저 함침시킨 뒤 금형 안에서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대형 복합재료를 더 빠르고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탄소섬유 복합재료는 항공기, 우주 구조물, 전기차, 수소 모빌리티 등에 쓰이는 대표적인 차세대 경량 구조재다. 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와 강성을 구현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과 구조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주로 열경화성 수지 기반 복합재료가 사용되고 있어, 재활용과 재성형이 어렵다는 한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열가소성 탄소섬유 복합재료가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 생산 공정에서는 또 다른 장벽이 존재했다. 일반적인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녹았을 때 점도가 매우 높아 촘촘한 탄소섬유 다발 사이로 균일하게 스며들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제조 시간이 길어지고, 내부에 기포나 빈 공간이 생기며, 대형 복합재료를 빠르게 생산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녹여 넣는 방식’이 아니라 ‘물처럼 잘 흐르는 원료를 먼저 넣고 금형 안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PA12(폴리아미드 12)의 원료인 라우로락탐을 PA6(폴리아미드 6)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에 녹여 90℃의 낮은 온도에서도 주입 가능한 반응성 수지 시스템을 구현했다. 


PA6와 PA12는 둘 다 폴리아미드(Polyamide, PA) 계열 플라스틱으로, 흔히 나일론 계열 소재라고 보면 된다. 이번 연구는 PA6와 PA12의 장점을 결합한 복합재료 공정이다. 일반적으로 라우로락탐은 15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녹여야 해 기존 공정 적용이 쉽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카프로락탐이 용매 역할을 하면서 보다 실용적인 제조 조건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금형 내부에서는 PA6와 PA12 성분이 함께 형성되며, 단일 고분자가 아닌 구배형 PA6/PA12 공중합체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초저점도 원료의 뛰어난 함침성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섬유와 수지 사이의 계면 결합력, 충격 저항성, 수분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실제 성형 결과, 제조된 복합재료의 내부 공극률은 1% 미만으로 억제돼 우수한 성형 품질을 보였다. 공극은 복합재 내부에 생기는 미세한 빈틈이나 기포로, 많을수록 강도와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번 기술은 초저점도 원료가 탄소섬유 다발 내부까지 균일하게 스며들도록 해 대형 열가소성 복합재료의 고속·고품질 성형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별도의 섬유 표면처리 없이도 탄소섬유 표면에 얇고 규칙적인 횡결정성 계면층이 형성되도록 했다. 이 계면층은 섬유와 수지 사이를 단단히 연결해 하중 전달을 돕고, 균열이 한 번에 급격히 퍼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복합재료의 층간전단강도는 기존 PA6 기반 복합재료보다 22.7% 향상돼 세계 최고 수준인 72.2MPa(메가파스칼)에 도달했다.


충격 저항성과 수분 안정성도 크게 개선됐다. 기존 PA6 기반 복합재료는 강도는 우수하지만 충격을 받으면 취성 파괴(갑작스럽게 깨지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었다. 반면 이번 복합재료는 PA12 성분 도입으로 더 질긴 변형 거동을 보이며 충격 에너지를 여러 지점으로 분산·흡수했다. 


또 60℃ 물속에서 30일간 진행한 가혹 조건 시험에서는 최종 수분 흡수량이 기존 PA6 기반 복합재료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장기 사용 환경에서의 신뢰성 향상 가능성도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성동기 교수는 “재활용이 용이한 열가소성 복합재료로 전환하는 기술은 자동차,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지만, 높은 점도의 열가소성 수지를 이용해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만드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열가소성 탄소복합재를 제조하는 새로운 재료와 공정 기술을 제안함으로써 우수한 물성과 함께 재활용성을 가지는 환경친화형 복합재료를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항공·우주 구조재, 전기차 및 수소 모빌리티 부품, 풍력 블레이드, 고속 운송장비 등 고성능과 경량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 열경화성 복합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경량 구조재 기술로서 대형 복합재료의 고속 성형과 산업 적용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혁신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복합재료 분야 세계 최상위권 학술지인 『포지트 파트 B: 엔지니어링(Composites Part B: Engineering)』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Ceramic Korea (세라믹뉴스)=이광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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