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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규 건축도자전
  • 편집부
  • 등록 2005-10-12 13: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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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규 도예전
2005.7.1 - 2005.7.31 한향림갤러리

건축물을 통한 자기인식

글 김진아 _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여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하기 힘들 때가 있다. 현대에는 사진이 회상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런 장치가 없다면 언젠가 그 기억들은 점차 사라져 나중에는 희미한 잔상만 남아있게 될 것이다. 송준규는 이번 전시에서 수로교, 콜로세움 등 자신이 직접 방문했던 곳의 건축물들을 순수 기억에 의존하여 재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실존하는 건축물들을 묘사한 것이지만 오히려 더 실물과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일루젼을 보여주고 있다.
궁극적으로 건축은 공공예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대 조각가 N. 페프스너가 언급한 것처럼 건축이란 예술적 감흥을 가진 창조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축적 이미지를 소재로 한 도예작품들은 근래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최근에 환경도예가 부각되면서 건물의 내, 외부에 설치되는 대형작품들이 제작되고는 있지만 건축물을 3차원의 지각적知覺的 대상, 그리고 자기인식의 실존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송준규의 시각이 눈에 띤다. 
그의 작품들은 직접 제작한 벽돌들로 구성되어 있다. 벽돌의 크기는 작품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벽돌은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의미하고 있다. 그래서 벽돌을 만들고, 쌓는 과정은 오래된 유적들의 형태를 되짚어가며 그 이미지를 회상하는 과정과 같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작가의 의식 혹은 무의식 속에서 변형되고 걸러진 또 다른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작가는 재건된 건축물들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판화, 사진, 거울 등을 추가로 제시하고 있다. 실물보다 훨씬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판화 드로잉은 그의 기억 속에 복합적으로 남아있는 영상으로 보여진다. 콜리세움 혹은 수로교뿐만 아니라 하늘, 꽃, 음식, 사람 등 건축물을 둘러싼 여러 가지 것의 잔상이 더해져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과 관객들을 합성한 사진에서는 창조된 구조물이 있는 가상의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실제 작품이 있는 현실 공간에 대한 관객들의 혼란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수로교 끝에 세워진 거울을 통해 보이는 또 하나의 상象은 실제 구조물과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구조물, 즉 실상과 허상의 메타포로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 존재하는 새로운 정신적 공간을 창조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통해 작가는 작품의 형태와 크기, 색, 관객들의 의식과 반응 등을 대상으로 현실 밖의 또 다른 세계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두뇌 활동 중에서 시각 활동이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한번 본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러나 이 기억들이 현실의 세계로 다시 도출될 때에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들에 의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변모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현실에서 지각된 최초의 상象과 똑같은 모습은 의식의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련의 기억들을 재구성하고 형상화함으로써 현실과 의식세계의 소통을 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송준규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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