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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보 도자판화전
  • 편집부
  • 등록 2005-10-12 13: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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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보 도자판화전
2005.7.4 - 2005.7.9 일본 동경 Chuwa Gallery

도판陶版에 새긴 ‘욕망의 정원庭園

글 장동광 _ 예술학,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심연보는 도예를 전공한 작가이다. 그는 흙을 다루며 삶을 노래한다. 그의 도예작업은 사유의 그릇이다. 삶의 현실을, 예술적 영감을 담는 용기인 것이다. 심연보는 도예가이지만 화가로서의 자질을 가진 보기 드문 작가이다. 그는 실용적인 그릇을 만들기도 하지만, 도판을 통해 회화적 표현의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한다. 그는 도예가로서 이 양자를 자유로이 오가며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도판작업에서는 에칭판화기법을 응용하여 석고판에 예리한 철심으로 회화적 형상들을 음각하고 채색한 후에 흙물을 부어 양각된 이미지와 색면을 찍어낸다. 유약의 다채로운 변주를 통해 판화와 같은 표현효과를 도예와 접목하여 구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도예와 판화, 유일성과 복제성과 같은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제3의 영토’에 있는 예술이기도 하다. 도예와 판화 그 어느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양자를 도외시하고 그의 작품을 논할 수는 없다. 모호한 경계선상의 예술인 셈이다.
이번에 그는 이러한 형식으로부터의 일탈과 함께 ‘꿈’이라는 주제로 도판들을 제작하였다. 심연보가 꿈꾸는 꿈은 이제까지 그가 표현해 왔던 한국 사회에 관한 정치적, 민중적 시각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가 생각하는 꿈은 아주 정서적이며, 개인적인 진술로서의 꿈인 것이다. 민들레 홀씨가 이 꿈을 이끌어 가는 주된 소재이다. 사적인 욕망, 일상 속의 잔잔한 사유의 여울목을 가로지르는 민들레 홀씨는 때로는 자아의 표상이기도 하고, 타인의 욕망을 대변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화면에 가득 찬 민들레 홀씨는 마치 폭죽이 터질 때 일어나는 불꽃을 연상시킨다. 간혹 밤하늘에 수놓아지는 폭죽놀이는 반복적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혹은 낭만적인 연정을 불러일으키는 기제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민들레 홀씨가 터질 때, 그 낱낱의 형태들이 마치 정자나 씨앗의 형상과 같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생명이 발원하는 뿌리와 욕망이 질주하는 긴 도로를 바라본다. 「꿈 - 욕망」, 「꿈 -  열정」, 「꿈 - 사랑」, 「꿈 - 환희」, 「몽유도원」, 「몽정」, 「희망의 씨앗」 등이 바로 이러한 그의 주제의식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몽유도원>과 같은 연작들에서는 절단된 복숭아의 형태나 여성의 신체를 통해 성적 의미들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심연보는 이처럼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감성 혹은 일상의 욕망들을 꿈이라는 그물을 드리워 예술적 형식으로 건져 올리고자 한다. 그의 예술적 그물망에 걸린 꿈의 형태들은 곧 식물의 씨앗이 지닌 생명을 향한 번식의 희망이며, 성적 욕망의 출구를 찾으려는 인간들의 몸짓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또한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가 저술한 『꿈의 해석』에서의 이드Id적 본능의 소산이며, 욕망의 충족을 향한 ‘백주의 흔적’인 것이다.
필자는 심연보가 복제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유일무이성으로서 모노타입 도판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표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도예의 표현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의지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그는 도예와 회화, 실용성과 심미성을 형식주의적 예술개념 속에 위치시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영토는 실용과 심미적 기능이 하나로 혼융되어 있거나 혹은 그 양자의 경계를 스스럼없이 넘나드는 표현의 자유 속에서 예술개념이 꽃으로 피어나는, 그런 세계이다.
그가 꿈이라는 주제로 도판에 새긴 이번 회화적 그림들은 그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욕망에 관한 작은 사유의 편린들이다. 창밖의 매화가지에 내려앉은 새, 그가 살고 있는 경기도 이천의 나지막한 벌판의 풍경, 들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에 대입하여 그는 도예가로서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마치 연못 위에 비친 나르시스의 자족적 독백처럼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예술의 정원에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피어있는 꿈의 꽃들이 피어있다.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 사라진 세계에서, 자신이면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본능과 욕망의 몸짓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새의 눈빛처럼 날아오른다. 우리가 이 꿈의 정원에서 문득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래서 끝없이 이어지는 홀씨의 향연이다. 과거에서 오늘로 왔다가 그리고 내일로 이어질 생명의 씨앗들, 그 사라지지 않을 욕망의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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