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이명아 _ 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 교수
조형도자의 개념
1950년대 영국의 도예가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는 미국 순회강연을 통해 “도예가는 이 시대에 속해 있는 사람인 동시에 창조적 예술가의 위치를 갈망한다. 따라서 우리의 예술은 현대적 운동과 유서 깊은 동양정신이라는 두 가지 힘으로 양분된다”라고 말하며 ‘미’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면서 근대도예의 탈피를 촉구했다. 그 요구는 완벽한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도예가들은 예술적 모험과 표현에 기초를 둔 새로운 가치의 가능성을 깨닫게 한것으로 벌써 50년이 흘러갔다.
1954년 피터 볼커스Peter Voulkos가 미국 오티스 미술학교에 도예과를 설립하면서 오티스에는 특정한 스타일이나 사상이 없었기 때문에 작가들은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실험적 활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오티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진보적 도자 예술의 중심지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 당시까지의 고정관념에서 탈피되어 도예계의 새로운 미학을 확립하게 됐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도자 조각Ceramic Sculpture이라는 분야가 활발하게 성장되는 시기로 펑크Funk스타일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입체화법 표현양식인 슈퍼 오브제Super Object가 나타났다. 슈퍼 오브제Super Object의 작가들은 순수 전통도예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전사기법이나, 저화도 유약, 도자기물감 그리고 상업용 상회 러스터 유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도입, 사용하여, 회화의 표현방법인 앙상 블라주, 콜라주의 형태로 일상적인 물건들을 흙으로 재현해냈다. 또한 도예는 새로운 표현매체로써의 가능성을 실험하게 된다. 일부 도예가들은 예술작품이 영구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에 반기를 들면서 개념미술, 설치미술, 해프닝 등으로까지 영역을 확대시켜나갔다.
1980년대 이후 미국 도예계에서는 도자조각과 도자기의 구분이 뚜렷해졌으며, 도조는 유년기를 지나 고유한 주체성을 가지고 조형예술의 한 장르가 되었다. 수집가와 비평가, 박물관이나 화랑들도 도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또한 예술적인 도자기의 개념이 꾸준히 논의되어, 도자기를 흙으로 만든 다른 작품들보다 상위에 올려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가 지닌 독특한 성질과 주체성을 인정하고 연구해 보려는 노력과 현대 도자기를 이해하는데 적절한 새로운 조형도자 개념의 확립이 대두되었다.
“도자기는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예술이다. 즉,가장 본질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가장 추상적이기 때문에 어렵다. 역사적으로 도자기는 최초의 예술형태에 속한다. … 도자기는 어떤 모방적 충동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에 진실로 순수한 예술이다. … 도자기는 가장 추상적인 본질로부터 출발하는 조형예술인 것이다.” -허버트 리드Herbert Read
한국 도예교육
미국의 도자기가 1980년대를 거치면서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만들었고, 조형예술로써의 가능성을 확립시켰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에서 도예교육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대학에서 도예교육이 폭넓게 시작되었으며 점차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실습자재의 확충 등 교육여건이 나아지고, 국내 대학과 대학원에서 또 외국에서 수학한 많은 도예가들이 대학교육을 받으면서 더욱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도예교육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예교육의 양적 증가와 질적 향상은 있었으나, 대학은 교육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교과과정 또한 비효율적 구성과 실기교육의 편중, 실기교육의 획일성 등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1970년대는 공예과, 생활미술과 등이 많은 대학에 생기면서 도자공예전공이 미술대학 안에 자리 잡아가는 시기이다.
이 때부터 대학 안에 도자교육의 틀이 만들어지면서 전공하는 학생수도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내용은 물레위주의 작업이며, 조형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시기이다.
1990년대는 1980년대에 있었던 많은 외국전시의 영향으로 미국도자기에 의해 서구적 표현양식과 표현위주의 조형도자에 기울었던 시기이며,
또 한편에서는 미국도자의 영향아래 생겨난 서구적인 표현양식과 표현위주의 조형도자에 기울였던 편향성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면서 공예도자, 조형도자, 산업도자의 큰 틀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혼합매체의 연구와 유리공예가 도자기과에서 개설되면서 유리와 도자기가 영역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대학교육 뿐 아니라, 사실 전시된 도예교육에 많은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크게만 보더라도, 1980년대에는 도예인구의 증가로 인해 개인전 뿐 아니라 다양한 그룹전이 열렸으며, 특히 1989년에 열린 “현대도예비엔날레”는 400명이 넘은 많은 도예가들이 모여 전시함으로 도예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활력소가 된 대학 도예교육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주었던 전시회였다. 1990년에는 한미도예 캠프가 원광대 주최로, 1992년에는 부산의 경성대학 주최로 한일하계도예대학이 열리면서 외국 대학들과의 인적 교류와 전시회들이 열리면서 우리대학 도예교육을 한 걸음 성숙시키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01년에는 세계도자기엑스포가 이천·여주·광주에서 열리면서 세계 80개국 이상이 참가하여 1,000점 이상의 도자 명품과 세기적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함으로 현대도예가들과 대학교육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조형교육의 현재
미국 도예의 변화와 우리 대학교육의 변화 등을 살펴 본 바 현재 우리 대학 교육은 전통과 현대, 기술과 이론, 조형과 공예 산업의 불균형 사이에서 그 조화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각 대학에서는 과거에 비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과목 등을 통하여, 흙이 가진 특성, 번조, 현대적 조형언어, 새로운 개념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조형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조형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고 있다.(표)
최근 여러 대학에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교과목이 조형도자와 연관되어 개설되고 있다. 혼합매체연구(홍익대), 조형캐스팅기법(경희대), 관념도자(경희대), 추상도자(경희대), 형태탐구(이화대), 도예조소(이화대), 작가론(홍익대), 도조 및 Installation(홍익대), 조형연습(국민대), 형태와 구조(국민대), 형태탐구(단국대), 표현과 발상(서울산업대), 믹스드미디어(서울산업대). 이와 같은 교과목은 앞으로 도예교육의 전문화와 깊이를 더해 주리라 믿는다.
우리는 지금 X,Y,N…시대를 거처 U(유비쿼터스)시대에 살고 있다. 참으로 빠른 세월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새로이 생겨나는 수많은 신조어新造語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쉽게 변하지 않는 진리나 철학을 꿈꾸면 살던 시대에 비해 오늘날은 너무나 다양한 정보들에 의해 감당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변해 가는 가치관에 의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다.
도예교육 역시 대학에서 시작된지 반세기 조금 지났지만 참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분법적 논리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편가르기 교육은 되어선 더이상 안되겠다. 조형이냐 공예냐, 현대적이냐 전통적이냐를 너무 나누고 있지는 않나 생각이 든다.
조형造形교육이란 말 그대로 형태에 대한 아름다움, 미적 개념에 대한 공부이다. 앞에 언급한 허버트 말에서 보듯이 참으로 도자기에서는 조형도자나 공예도자 모두에 광의적인 추상적 조형예술의 교육이 필요하다.
조형도자는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들이 기술만의 습득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는 자기의 삶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멋있는 예술인으로 교육되기를 바란다.
표. 최근 국내 대학의 도자전공 교육과정
학 년 1 2 3 4
조형론 도자개론 사진학 조형형태론 도예세미나 마케팅
도자제도 도자재료학 도예사 도자재료학 도자공예사 현대도예론 현대공예론 산업경영 도자마케팅
전공이론 색채학 디자인론 색채와문양 도자개론 요업공정 도자재료학 형태론 도자사 공예경영 도자공예론
조형사 미술감상 사진학, 소지와유약 공예론 동양미술사 현대미술론 디자인매니지먼트
공예개론 도자사 도자마케팅 미학 졸업논문연구
평면조형 입체조형 도자컴퓨터활용 전사기법 장식기법
표현기법 조형연습 형태와구조 컴퓨터조형 문양디자인 도자장식
기초실기 도자공예제도 정밀묘사 표현과발상 컴퓨터도자디자인 락꾸 축로설계
관찰과표현 도학, 컴퓨터도자디자인 유약및소성
드로잉 랜더링 도자제도 테라코타
공예 조형 산업도자
형태탐구 제형기법 건축도자 환경도예 기초도예 옹기기법 이형도자
기초도예 도조 물레성형 생활과도자 식탁위의도자문화 생활도예 큰그릇빗기
도예기법 점토기초실기 전통공예실기 도자조형 도자조형 환경도자
전공실기 기초도자공예 도자조형 사발연구 도자제형 성형과장식 특수도자 건축도자
혼합매체연구 모델링 도자공예 제형도자 전승도예 졸업작품연구
전통도예기법 산업 공예 조형도자 뉴폼디자인 믹스트미디어
도자테이블웨어디자인
참고문헌
<현대도예>홍익대학교연구소, 1993
<한국현대도예30년> 국립현대미술관,1994
<한국현대공예사의 이해> 최공호, 재원 1996
<도예학과 교육과정 개선연구> 서울산업대학교, 2003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Pratt Institute MFA
5회 개인전 및 다수의 그룹전
현, 서울산업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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