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왕용 _ 강남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들어가기에 앞서
1988년, 우리나라의 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세계현대도예 초대전이 열렸다. 너무 오래되어 자신은 없지만 문예진흥원 전시실(미술회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필자는 현대도예의 표현양식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 전시회보다 훨씬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렸던 세미나에서 해외작가들과의 만난 기억이다. 한 참여작가가 이야기한 작품가격에 대한 생각이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독일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도예작품가격은 전기공이 하루 8시간 일해서 버는 돈과 비교하여 산출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시간강사로 대학에 나가며 작은 공방을 운영하여 주로 커피잔 머그 반상기 꽃병 등을 제작해 공예품점에 파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얼마를 받아야하는지 막연하기만 한 기억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인사동 한 전시실에서 석사학위 청구전에 출품된 주전자가 너무 예뻐 가격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어서 놀랐는데 어차피 안 팔릴 것을 염두에 둔 가격책정이라는데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필자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됐다. 대학에서의 도예교육에 적합한 교육방식을 찾으려고 노력하였고, 그 노력은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런저런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대학에서의 바람직한 도예 마케팅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어서다. 모든 대학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하는 관계로 대부분의 내용이 필자의 생각임을 전제한다.
국내 대학에서 도자기 공예를 교육하기 시작한 것은 아직 반세기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현재에는 약 40개 대학교와 20여개 전문대학에서 도예 관련 전공을 운영하고 있거나 교과목이 개설되어있다. 대학교육의 마케팅 교육을 논하는데 있어서 전체를 다룰 이유는 없겠으나 보다 명쾌한 결론을 위하여 여기에서는 전체의 틀을 먼저 진단해 보고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하는 형태로 전개하고자 한다.
1960년대 초부터 양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던 대학의 도예교육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각 대학이 학부제 형태로 시스템을 전환하면서 그 전환기를 맞이하였고 대학별로 각기 환경에 따라서 조정돼 오고 있다.
이와 관련된 현재의 교육환경을 우선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서의 도예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마케팅 교육의 필요성, 마케팅 교육의 현황, 그리고 바람직한 도예 마케팅 교육은? 의 순서로 연구해 보고자 한다.
교육환경의 변화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높은 교육열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OECD에 가입하면서 대학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와 평가지표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중에서 특히 1970년대 이후 대학의 양적 팽창과정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난 여러 문제들, 중복에 가까운 전공과정의 개설과 그에 따른 학문분야의 세분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각 대학은 앞 다투어 학부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위에서 지적된 문제들과 대학 비용의 효과적인 질감을 이루고자 했다. 도자기 공예교육에 있어서 이런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학생수가 격감하고, 대학입학 정원대비 지원자 수의 급격한 감소와 맞물려 일부 대학의 경우 존폐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비교적 상위권 대학의 경우에도 학부제로 전공 선택이 자유로워진 상황에서는 도예전공과정이 우위를 점한 경우는 별로 없으며, 이에 따른 생존을 위한 변화모색도 활발하였다.
대학들이 학과제로 돌아가거나, 과의 명칭을 바꾸고, 커리큘럼을 바꿔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 - 경제활동, 장래문제 - 등을 반영하게 되었고 현재도 진행형으로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경과되기 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각 대학이 미래교육환경이 변화될 것으로 말하고 있는 요인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포스트모더니즘 교육이념의 등장
2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
3 개방적인 학교교육 체제에 대한 요구
4 새로운 교육 수요를 지닌 학생세대의 출현
따라서 현재의 도예전공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며, 변화의 방향은 각 대학의 환경에 따라 그 폭을 달리 할 것이다.
한국 대학도예 교육의 특성
우리나라 대학의 도예교육 프로그램상 나타난 특징을 먼저 알아보자.
1) 커리큘럼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도예교육 커리큘럼은 유사한 특징이 있다. 대학별로 비교해보면 특징이 없다는 말도 되는데 그만큼 각 대학이 도예교육을 비슷하게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대학 숫자와 비교해 볼 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예전공 과정의 커리큘럼만 대별해보면 1)기초성형실습 2)제도 3)공예도자 4)조형도자 5)재료학 6)제품도자 7)장식기법 8)마케팅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명칭만 조금씩 다를 뿐 결국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해 전문대학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목표의 실현을 위해서는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2) 시스템
우리나라 예능교육의 시스템은 인문사회과학분야의 틀에 맞추어져있다. 이는 이론교육 시스템에 의해서 실기교육을 하는 것으로 많은 부분이 불합리하다. 예를 들어 각 대학이 번조관련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는데 번조수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수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일부실습과목은 이론과목과는 다르게 독립된 교과로 진행되기 보다는 전체가 맞물려 돌아가야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장식기법과 같은 수업도 성형과정을 겸해야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 유연한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도예교육에 있어서 마케팅교육의 필요성과 현황
공예의 일반적인 개념을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으나 “실용적인 기능과 아름다운 외형을 갖춘 생활용품을 고안하고 만드는 일”도 그 중 하나이다. 즉 공예가는 이러한 물건을 만들고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따라서 생활과 작가활동에 필요한 돈을 얻을 수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최근에 와서 대학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대학교육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이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커리큘럼이 유사한데서 알 수 있듯이 아직은 대학별로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할 수 없다. 현 도예 교육의 문제점을 몇 가지 요약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작가양성을 위한 개인적, 귀족적 공예를 추구하는 경향
2 상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
3 상품판매를 위한 마케팅의 중요성 시장조사 소비자 경향에 대한 연구 부족
4 작품 제작비용의 산출을 통한 자기 작품에 대한 가치평가의 인식부족
5 작가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
1) 필요성
전국 44개 대학과 20여개 전문대학에서 배출되는 학생의 수는 굳이 숫자로 따져보지 않아도 너무 많다. 이 많은 도예전공 학생은 왜 도예를 전공할까? 그리고 졸업 후에 그들은 어떻게 경제활동을 할까? 이런 질문은 몇 가지만 가지고도 마케팅 교육이 왜 필요한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많은 졸업생들이 모두 작가가 되는 형태로는 올바른 교육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학들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갖도록 노력해야하며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작업을 통한 경제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즉 자신의 노동에 상응하는 이익창출의 합리적 방법을 교육해야한다.
2) 현황
각 대학에서 개설된 마케팅 관련 교과목을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예 매니지먼트(CERAMIC MANAGEMENT)
이론에 머물지 않는 현실성 있는 수업을 목표로 도예의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되는 조형 공예도자 산업도자 등의 판매 가능성과 유통경로에 대해 알아보고 생산품으로서의 도자를 보는 소비자의 소비심리 등 도예 매니지먼트 전반에 걸쳐 필요한 것을 공부한다.
상품기획연습, 상품기획
도자제품의 상품개발을 위한 전 과정을 이론적으로 배우고 디자이너로서 제품생산을 위한 준비과정인 자료수집, 디자인 프로세스, 시장조사 등을 실습·숙지한다. 또한 다양한 요업제품을 기획 제작 완성 마케팅까지 실습하여 봄으로써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지 않은 대학도 많고 개설되어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 전문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내실 있는 교육이 어렵다.
외국대학의 좋은 사례
독일대학의 예
독일의 실용교육 중심 대학의 Kalkulation수업 소개, 교육과정 및 수업내용,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시·판매 행사를 간단히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의 전공 교과과정 중 하나인 Kalkulation(Calculation)수업은 필수과목이다. 처음에는 건축과 엔지니어를 위해서 노임을 최소, 최대한의 법정 금액과 계산법을 정해 놓은 것이지만 지금은 인테리어 및 공예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받고, 경쟁에 의한 가격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둘째, 독일의 수업은 전공과정을 들어가면서 모든 작품을 생활에 필요한 기능 위주의 작품제작으로 주제를 선정한 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제 선택 후 6주간의 시간에 걸쳐 주제에 따른 간단한 논문(약 20~25쪽)을 제출한다. 논문의 주제에 따른 개념정립, 기능에 따른 작품크기, 작품 각 부분의 역할, 재료에 대한 조사, 역사적 고찰 및 유래, 다른 작품과의 비교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논문을 통해 idea스케치 전에 기능적인 측면의 고찰과 시장조사를 겸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제가 cutlery일 경우, 개념 정립과 더불어 정식용 cutlery의 size와 생활 속에 사용되는 cutlery의 size를 조사한 후 나이프의 구조(손잡이, 칼날), 스푼의 구조(입이 닿는 부분과 손잡이), 포오크의 구조(찍는 부분과 손잡이)와 기능을 통한 각도와 크기를 학생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결정된 사항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각자의 디자인을 구상, 작품으로 완성한 후 작품과 함께 작품보고서를 제출한다. 작품보고서는 작품제작방법과 작품 가격 산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교수와 학생들이 가격 산출의 타당성과 판매시 가격 경쟁의 현실성에 대해 서로 논의를 거친다. 주관적인 가격산출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합당한 의견을 거친 후 객관적인 가경이 산출되어진다. 즉 예술적 가치의 평가와 판매될 수 있는 가능성 및 가격에 따른 작품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작품 제작과 더불어 판매되는 마케팅을 함께 생각하고 가격 책정의 중요성을 공부할 수 있다.
셋째, 1년에 한번 개최하는 학교전시와 이를 통한 판매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매하고자 1년을 기다리고, 학생들은 자기들의 작품을 판매하며 마케팅의 좋은 경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전공 교과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작품의 가격 계산법을 간단히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정식적인 계산법은 매우 복잡하므로 대부분의 작가나 수업에서는 간단한 계산법을 애용한다.
계산법은 크게 1)재료비, 2)제작비용 (본인의 1시간 임금×작품 제작 소요시간), 3)세금을 합산한 것이다. 작가에 따라 재고와 아이디어 비용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교적 앞의 세 가지를 중심으로 계산된다.
재료비는 완성품의 재료비 + 10% 정도의 추가 재료비로 산출한다(한국의 은 공예품의 경우, 장인 및 작가들은 ‘해리’라는 용어를 쓰며 5~10%정도의 추가 재료비를 계산한다). 추가되는 10% 재료비는 나무, 은을 투각할 때 발생하는 조각, 사포질 등에 따른 재료의 손실, 부재료(사포, 석고 등)의 사용 및 재료 조달시의 운송비가 포함된다.
작가의 1시간당 임금은 작가마다 다양하므로 먼저 하루의 작업시간을 정한 후 1주에 작업하는 날짜와 함께 1달에 총 작업하는 시간을 계산한다. 1달에 소요되는 경비(공방유지비, 생활비, 세금 등)를 그 작업시간으로 나눈 수치를 1시간의 금액으로 산정한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주 5일, 1달에 4주 작업을 할 경우 1달 일하는 시간은 8시간×20일=160시간이 되고 1달에 소요되는 경비(공방운영비+생활비+세금)를 2,400,000원으로 볼 때 1시간당 임금은 2,400,000÷160시간=15,000원이 된다. 다시 말해 1시간 임금(15,000원)×작품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제작비용이 된다.
대학의 바람직한 도예마케팅 교육은?
대학에서 마케팅 교육만을 강조한다고 그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전제가 이루어지고 더불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마케팅 교육을 병행한다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도예인을 양성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고 졸업생 중 도예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늘고 더불어 시장도 형성될 것이다.
앞에 조금씩 언급된 대로 대학의 도예교육시스템이 실습교육 위주로 유연성이 갖추어야 하며 각 대학별로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학의 도예교육이 다양해져야 할 것이다. 위의 사항이 전제된다면 마케팅 관련 교과목이 대폭 강화 될 것이며 그 상황에 따라 운영방법을 달리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실습위주의 상품기획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도예분야가 학문으로 정착되고 대학에서의 인기 있는 전공과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변화임에 의심이 있을 수 없다.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개인전 10회
현, 강남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