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과 대책
尹順吉 공학박사 / 충남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온 나라는 신문지상과 메스컴을 통해 한바탕 큰 홍수를 치른 것처럼 요란하게 떠들석하고는 이제 잠잠해진 느낌이 든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당국자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몰두하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부닥치는 일들로 치부해 버리기 일수다. 이러한 일들을 접하면서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과학자들은 실망을 더하게 되고 점차 정부의 정책에 불신을 갖게 된다. 그러면 왜 작금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가? 해답은 간단 명료하다.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렵게 공부해봐야 장래에 대한 비젼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비젼은 무엇인가? 경제적 처우(과학기술자들이 엄청난 부를 누리려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지위, 긍지, 보람 같은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수학, 과학이 공부하기 어렵다”, “부모들도 자식들이 공부하기 힘든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을 반대한다” 가 단연 상위에 꼽혔다고 한다. 또한 대덕연구단지의 어느 기관장이 자식은 자기가 살아온 길로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고 자식을 세뇌 아닌 세뇌를 하였음을 실토한다. 그렇다면 예전에 학생들은 수학, 과학을 즐겨하였고 지금 학생들만 수학, 과학을 싫어하는가? 아니다. 그런 어려운 공부하면서도 이공대학에 가는 것이, 그리하여 과학기술자가 되는 것이 자랑이고 보람이었던 시절이 불과 20여년전 일이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조국의 근대화와 발전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정부의 시책이 무분별하게 겉도는 동안 각 연구소나 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과학자들을 구조조정으로 몰아내어 평생직장으로의 사명감을 박탈하여 이제는 그나마 남아있던 긍지와 보람조차도 느낄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비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공계에 작금의 학생들이 눈을 돌리겠는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보장되는 법학이나 의학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고시공부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기술고시보다도 행정고시나 사법고시가 더 중시되는 사회, 국회의원들의 대다수가 경제나 법학을 한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 실제로 과학의 정책을 펴는 과기부나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등의 사무관들이 모두 행정고시 출신자들로 구성된 정부구조 등이 더 한층 미래를 열어갈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학의 감도 전혀없는 인문계 출신들이 고시에 패스하여 사무관직에 앉아 어깨너머로 배운 일천한 지식으로 과학을 좌지우지하는 풍토 등은 더 한층 과학기술자들을 슬프게 한다.
최근 중국의 최고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대부분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람들로 구성하여 21세기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이 “로켓왕”으로 불리는 과학자 첸쉐썬을 연이어 개인적으로 방문하여 “과학자들의 창조적 정신과 열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한다. 장 주석은 “그간 중국의 경제, 사회발전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라고 말하면서 과학자들에 대한 비젼과 희망을 보여준 것은 중국이 21세기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초강대국이란 평가를 받는데에는 일천한 산업화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핵폭탄, 인공위성, 우주과학 등 국가방위에 쏟는 국가적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수험생들의 계열별 지원현황을 살펴보자. 2002년 지원결과는 자연계 지원율 : 27%, 인문계 지원율 : 56%, 예체능계 지원율 : 17% 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문계와 자연계 지원율이 비슷했고, 고교에서는 문과보다 이과반이 많았다. 조금씩 이과계 기피가 일어나기 시작하다 최근 일선고교에선 문과대 이과비율이 2대 1이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연계를 지원한 27%라는 숫자도 대부분 의학, 약학, 한의학과에 집중되어 있어 순수 이공계는 몇% 안되는 실정이다. 국제적 금융도시 국가에서처럼 대부분의 수험생이 금융전문가와 경영인을 꿈꾸고 있다. 공산품 수출이 여전히 우리나라 국부형성의 줄기인데, 산업한국의 엔진을 맡겠다는 기술연구 희망인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혹자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며 마치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너무도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것은 아닌가하는 세상의 놀림감이 되었던 일을 벌써 잊은 듯하다. 소위 선진국이라 하면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어떤가? 만불을 달성하여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다 IMF를 맞아 허리끈을 매고 각종 구조조정을 통해 이제 겨우 다시 만불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그 당시에도 과학기술을 더 한층 활성화하기 보다는 과학자들을 인력감축이라는 미명하에 노동현장에서 몰아낸 사실은 우리의 과학기술자들을 더욱 더 슬프게 한다. 각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우선 먼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기초 및 응용과학 프로젝트를 감축하는 등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들을 서슴없이 자행하여 과학기술자들의 입지를 좁혀왔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대책
이러한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침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알아보자.
1. 고교생의 이공계 지원 기피 현황과 대책 2. 과학기술 인력양성과 유인책 3. 대학 이공계 교육 내실화 방안, 4. 초·중등 과학교육의 내실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중에서 내년 대학입시부터 자연계학생이 자연계 대학을 지원할 경우에 동일계 진학 가산점을 주는 것을 확대하는 방안과 매년 과학에 재능이 있는 고교생과 우수과학고생을 각각 1백명씩을 뽑아 학비를 지원하거나 해외 유학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등을 고려하고 있다 한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을 접하면서 아직도 그네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닺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그저 근시안적인 처방만 생각할 뿐 진정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작금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리나라 미래의 과학기술에 큰 타격을 줌을 인식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첫째로 경제적 처우 개선을 들고자 한다. 예를 들면 박사학위를 마친 고급 연구인력은 첫 취업의 시기가 30대 초 중반으로, 사회진출이 가장 늦은 직업이다. 연구인력의 초봉은 20대 초반에 취업한 고졸 또는 대졸 일반직 경력사원의 경우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다. 연구란 일의 특성상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기진 않으나 개인별 연구성과와 연구수행의 양이라는 점에서 연구원 개개인의 차이가 나고 그것이 성과급의 형태로 반영된다. 현재 연구원이 받는 성과급의 액수는 그가 개발한 기술의 부가가치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성과급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연구프로젝트에 따른 인건비 체계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소나 국공립대학, 기업연구소에서 정부주도의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경우에 연구원 인건비의 경우 민간기업이나 학교에서 급여를 받는 연구원은 추가적인 인건비 수령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어있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인건비 청구를 못하도록 되어 있는 과제들도 많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의 인건비는 직장에서 받는 급여와 별도로 계산하여 수령할 수 있도록 하면 실질적인 처우 개선의 효과 뿐만 아니라 연구원 사기진작과 의욕증진에도 크게 효과를 볼 것이다. 둘째로 사회적 인식전환이다. 과학기술 관련 포상과 포상 금액을 늘리고, 정부차원에서 과학기술자들의 필요성을 일반대중에게 알리고 또한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자로 유력했던 이휘소 박사에 대한 내용이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서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다. 이를 영화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여 꾸준히 과학기술 및 과학기술자에 대한 필요성을 언론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과학관련 단체와 학회에 대한 홍보활동비 지원을 늘려서 각 단체들의 대 국민 홍보를 장려해야 한다. 이공계 학생들의 병역 혜택도 각 대학에 골고루 주어 졸업후 일정기간 그 지역에 근무하게 함으로써 지역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이공계 교육 및 연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수행할 때에도 단순히 졸업하여 그 지역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제한 요소만 둘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꼭 필요한 항목이다. 또한 이공계 학생들의 장학금 혜택도 크게 늘려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과학기술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며 이공계 대학의 실험 실습 환경도 크게 개선하여 무조건 외국으로 유학하는 것이 이공계 학문을 발전시킨다는 생각을 버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모든 정책이 중앙집권적, 수도권 집중이 아니라 지방자치제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이제는 각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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