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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전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
  • 편집부
  • 등록 2006-11-29 16: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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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전시의 재점검

 

졸업작품전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

글 이항렬 _ 청강문화산업대학 리빙세라믹디자인과 교수

 

이즈음 졸업예정자로서는 가장 바쁘고 힘겨운 시기이자, 그간 노력의 결과물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졸업작품전시회를 목전에 두고 있을 것이다. 미술·공예계열의 졸업작품전은 인문계열 등 타 전공의 졸업논문 제출이나 음악전공에서의 졸업연주회와 같은 성격의 것으로서, 졸업예정자들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또 그것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므로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그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그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자 한다.

철저한 계획이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부분이다. 적어도 성형에서 번조, 디스플레이에 대한 대략의 구상조차 없는 경우는 없겠으니 말이다. 물론 학교에서는 담당교수님의 지도가 큰 역할을 하겠지만, 본인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스케쥴을 만들기 바란다. 이는 본인의 제작 역량도 고려되어야 하고, 입수할 수 있는 재료, 가마의 소성일정 등도 포함된다.
조형작업에서 성형물의 두께가 두꺼우면 충분한 건조시간이 필요하며, 시판되는 유약을 사용할 계획이라면, 교내의 가마에서는 발색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유약시편을 통한 발색실험도 미리 해 둔다. 같은 회사의 소지라 하더라도 원료의 조성비율에 따라 소결온도나 발색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필요한 실험을 해 두고, 그 데이터를 정리하여 두면 편리하다. 작업계획은 기상상태나 갑작스런 사고(기물의 파손)에 의해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도 종종 생기므로, 이를 고려하여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세우기 바란다.
알다시피 도예란 장르는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건조 과정이나 소성중의 파손, 요변窯變현상에 의한 예상하지 못한 발색 등 몇 가지 위험한 과정을 거친다. 결과가 나쁜 경우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 예를 들자면, 전기가마에서 백색의 자기소지에 투명유로 시유한 기물과 금속산화물이 들어간 유약을 시유한 기물을 함께 소성할 경우, 투명유의 기물은 변색된다. 소성 중 금속산화물이 다른 유약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한, 재벌소성 중에 형태의 구조적인 결함이나 급랭, 소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파손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점토가 주재료인 도예작업에 있어서 형태의 수정은 건조 직전까지의 과정에만 국한된다. 그 이후에는 표면의 텍스쳐와 유약, 안료 등에 의해 장식적인 효과가 더해진다. 전체 과정을 놓고 볼 때, 형태를 결정하는 시간은 이 성형 과정이 전부인 경우가 많아 나머지 과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으므로 여러 번의 스케치와 모델링을 통해 접근해 가도록 한다. 졸업작품전 준비기간 동안의 가마소성 일정은 꽤 빠듯하기 때문에 다시 제작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난감한 상황이 된다. 시간에 쫓겨서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보통은 충분한 작업량으로 해결될 수 있다.

사후관리
전시회가 끝난 후, 작품을 집에 가져 갈 계획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집안을 장식할 목적이라면, 그것을 보게 될 사람도 한정된다. 가까운 공공시설(공원 등)에 기증할 것을 권한다. 환경조형물로서의 역할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더 많은 접촉의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며, 더 많은 도예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환경조형물은 철이나 돌조각물로 대표되는 경우가 많으며, 도자조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너무 작다. 물론 그것에는 우리나라의 현대도예, 그 중에서 도자조형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겠지만 환경미술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한 상황일 것이다. 사회에 대한 공공이익으로서의 기부는 작품으로도 가능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집에서 묻히지 않도록 밖으로 내보내자.

예비도예가로서의 마음의 문제
사실, 위의 글들은 졸업작품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그보다 필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하고 싶은 말들은 전공자로서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들이다.
도예란 쉽게 승부가 갈리지 않는 장거리 경주와 같은 장르이며, 긴 시간을 통해 연마된 감각과 기술, 직관력, 사회를 가늠하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 졸업작품전은 그 긴 여정의 시작을 다시 한 번 되짚게 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몇 년의 수련과정을 거치며 이루어 낸 결과물들이 공개된 곳이고, 최선을 다한 결과물과 그렇지 않은 결과물의 차이가 쉽게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품들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미술품의 소비자이자 인재를 구하는 사업가일 수도 있으며, 이들의 결코 만만하지 않은 판별력에 의해 부족한 기술력, 다듬어지지 않은 감각, 무모해 보이는 시도도 어렵지 않게 노출된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본인의 전공을 대하는 열정적인 마음가짐, 배움과 수련의 과정을 진지하게 겪어가는 모습이 느껴지는 결과물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때로는 그런 것들이 필자 같은 교육자에게는 완성도 높은 작품보다도 더 훌륭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과 접한다. 이것은 의사소통의 도구이자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텍스트와 같다. 그러므로 결과 못지않게, 이런 ‘과정’도 의외로 쉽게 읽혀지는 것이다.
이 도예란 장르는 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신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또 적용되는 변화무쌍한 기술공업사회에서 점토를 빚고 굽는 단순한 예술의 한 장르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극히 평범하며 원초적인 재료에 비해 만드는 이가 겪었을 인내와 노력, 열정이 배어나오는 그 ‘묵묵함’과 ‘편안함’이었을 그 이유였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은 결과이기보다는 과정이며 마음가짐이다.
졸업작품전이라는 기회를 통해, 직업도예가로서의 삶을 원한다면 본인이 선택한 이 도예라는 장르에 대해 숙고熟考하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앞으로도 작품이라는 결과물로 다른 전공자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고, 또 그 작품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것이 반드시 있고, 그것은 프로페셔널로서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이유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필자 이항렬은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 행사부 프로듀서를 역임했으며,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리빙세라믹디자인과 교수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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