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나 <하나The One>전
2006.3.15 - 2006.3.21 가나아트스페이스
인사동에서 나니아의 세상을 만나다
글 이병창 _ 시인
가나아트스페이스의 문을 열고 들어 선 순간, 내 눈앞에는 도예전이란 이럴 것이라는 통념을 무너지게 하는 작품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오래간만에 만나는 예술적 상상력과 예민한 감수성이었다. 유연함과 힘의 상징인 말의 몸매에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머리 모양은 얼마 전 개봉되었던 C.S 루이스의 환타지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도 세상이 정해준 기준을 학습하고 표준화된 지식의 암기가 출세를 보장해 준다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상상은 공상이거나 허상이 되어 버렸다. 잘 산다는 건 경제의 단위로만 설정되고 증명되는 것으로 치부되는 현실 속에서 상상력의 날개 짓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도예’하면 생활도자기 만 연상하는 대중들에게 박유나의 작품전은 황당하게 보일 수도 있으리라는 일말의 걱정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조형도예의 풍부한 표현 영역이 오늘의 한국 현실에서 더욱 더 활성화되어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세계에 있어 상상력은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창조적 능력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규칙과 모방을 벗어날 수 있는 힘 역시 상상력에 있다. 인간의 본질적 요소인 상상을 억압하는 사회는
두려움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상상이 빈곤한 사회는 빈곤한 문화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선진화된 도예문화의 활성화, 세계화의 과제 역시 더욱 풍요한 상상에서 풀어내야 할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진정한 상상이란 완전함과 아름다움과 자유를 지향하는 상상이요, 모든 만물과 하나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어지는 것이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필자는 바로 그 나니아의 메시지를 박유나의 도예전에서 확인하는 기쁨이 있었다.
육안이 아닌 또 하나의 눈, 곧 상상력의 눈이 있어 인간의 삶은 창조적 역동성으로 춤출 수 있다. 상상력이 없이 어떻게 진선미의 세계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인가. 비좁은 전시장에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꼭두말들은 상상력의 눈이 먼 인간들을 향한 해방의 메시지다. 진정한 빈곤은 상상력의 빈곤에 있음을, 인간성의 왜곡 역시 상상력의 마비에 있음을 전해 주는 대언자다.
작가는 “하나의 세상을 꿈꾸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하나The One>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마음이요, 큰마음이며, 너와 나로 금 긋지 않는 무차별의 세상일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하늘도 땅도 원수도 친구도 죽음도 삶도 하나로 노니는 세상이다.
살아서 인간이 되고 죽어서 천지가 되는 인생이 곧 처음부터 하나 아니었던가.
우리 모두 그 ‘세상’ 그 ‘하나’로 들어가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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