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향 서권기陶瓷香 書卷氣
2006.2.7 - 2006.2.21 박여숙화랑
문인화 정신의 발견
글 민은주 _ 통인화랑 큐레이터
19세기 조선시대 남종 문인화의 대표자인 추사秋史 김정희는 “모름지기 그림에는 문자향文字香, 문자의
서권기書券氣, 서책의 기운가 담겨야한다”며 문인화의 가치와 예술적 신념을 강조해 왔다. 화려하지 않은 색상과 한수의 시구절로, 여백의 미를 추구하던 남종화의 예술적 정신을 근거하여, 이번 전시 도자향 서권기陶瓷香 書卷氣는 문인화적인 예술관에 바탕을 둔 회화와 조각작품, 한국미술의 상징인 문방사우와 관련된 도자작품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이렇듯 현대미술에 부재되어 있는 문인화정신의 발견이라는 전시적 의도와 그 시도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미술작품들의 조화로 볼 수 있다.
현대의 대부분의 미술장르가 다양한 변화와 실험을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범주 안에서 발전을 하고 있다. 전통과의 단절, 불확정성, 파편화, 반리얼리즘 등 현대미술의 이러한 특징은 좀 더 많은 자아를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컨텐츠와 표현기법만을 강조하는 트랜드를 갖게 된다. ‘생각의 표현’이라는 예술의 기본적인 목적만을 보여주는 반면, 미술이 갖는 그 이상의 사색과 철학에 이르지 못하고 있
음은 현대미술이 갖고 있는 단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인화의 예술적 신념을 현대미술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현대회화와 현대도예가 갖고 있는 포용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도자향 서권기’는 전시제목에서도 보여주듯, 문방사우와 관련한 현대도예작품과 문자를 모티브로 한 조각작품, 마음에 품은 뜻을 그려낸다는 문인화로 구성이 되어 있다. 도예가 김익영 이천수 이기조 이헌정 이영호는 백자로 만든 연적, 벼루와 필통 등을 선보였으며, 허달재는 한지에 채색으로 그린 회화 「문방사우」, 이왈종은 「제주생활의 중도」, 문봉선과 강미선은 각각 「서천」과 「도자기소묘」를, 송영방은 「홍매」의 작품을 통해 정신과 내용과 형태가 조화롭게 균형을 가지는 현대미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나치게 일상에 집착되어 있는 현대미술을 돌아보며 유행처럼 번지는 미술의 키치화, 예술의 가벼움, 작품의 물질화을 주도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추사가 김정희는 “가슴 속에 청고고아淸古高雅한 뜻이 없으면 글씨가 나오지 아니한다.”고 말했다. 현대 미술을 개척하고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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