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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그린Jason Green
  • 편집부
  • 등록 2006-03-13 15: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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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그린Jason Green

글+사진 최석진 _ 도예가

지난해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의 도예과에서 제이슨 그린Jason Green의 워크숍과 강의가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 쌀쌀했었던 날, 그는 약 두 시간의 작업시범을 위해 오후 내내 트럭에서 작업 도구와 석고 몰드들을 옮겼다. 그의 작업 과정과 그가 발견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시간은 조금도 지루한 순간 없이 지나갔는데, 워크샵이 끝난 후 참석한 학생들과 도예가들 모두의 마음에 진동하였던 충만감은 작가가 가져온 많은 재료로 인해서라기보다 그가 지닌 솔직함과 성실함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필자는 제이슨 그린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큰길 뒤쪽에 위치한, 넓고 길다란 건물은 ‘highland’라 불리는데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곳이다. 건물에 들어서자 복도 끝에서 그곳에 입주해 있는 음악가들이 소리 낮추어 연습하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1층 한쪽의 넓은 공간은 세 사람의 도예가가 나누어 쓰고 있는데, 입구에는 그가 만든 다채로운 색의 벽돌들이 무리지어 작업대나 바닥에 쌓여져 있어 마치 오래된 건물을 추억하게 했다.  

제이슨 그린의 최근 작업에는 벽돌과 타일 등의 건축적 요소를 사용하고 있다. 질감이 있는 표면은 돌출된 벽지를 사용해서 제작하며 여러 번의 번조를 통해 완성한다.
목수였던 아버지의 작업을 보고 자란 그린은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파트타임으로 오래된 집의 실내를 철거하고 개조하는 일을 많이 해왔다. 그는 낡은 건물의 벽에 입혀진 얇은 층의 종이를 뜯어내면서, 마치 공간의 기억을 걷어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겹 벽지들이 어떻게 기억을 들어내며 그 기억의 특색을 갖는가에 대해 무척 놀라웠다. 그는 기숙사로 돌아와 꽃무늬가 돌출되어 강조된 벽지(빅토리안 시대(1819~1903)로부터 재생된 벽지)를 택해 석고 몰드를 만들고, 백토와 본차이나를 이용한 얇은 도판을 완성해서 굽지 않은 채 벽에 걸어 두었다. 이 점토벽지들은 그에게 친밀한, 그가 자란 환경을 상기시키는 공간을 회상하게 했다.

그가 만든 얇은 도판들은 점토가 건조됨에 따라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작업실에서 여러 번 실험을 한 후 그린은 자신이 제작한 벽돌에 벽지와 같은 질감을 내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가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돌출된 부분이 선명한 벽지를 택해 슬립을 바른다. 종이 벽지에 바른 슬립이 조금 건조된 후 역시 반 건조된 벽돌에 붙인다. 그리고 다시 마르기를 기다린다. 적당히 말랐을 때 종이를 걷어내면 벽지의 양각된 무늬의 슬립이 벽돌에 부착된다.

작품 「Double Cross」에는 석고 몰드로 만든 십자형 벽돌 위에 한 겹 벽지 질감을 입혔다. 벽돌은 오래되어 낡아 보이기도 하는데, 표면의 장식은 레이스 같기도 하고 몸체에서 스며 나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작품 제목 ‘Double Cross’는 기만, 배반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속이 찬 무거운 타일과 표면을 덥고 있는 얇은 판사이의 이율배반적 대조를 통한 은유를 담고 있다.
표면의 규칙적인 패턴이 전체의 기하학적 형태를 더욱 강조한 작품 「Wall」은 감상하는 사람이 작품의 앞뒤에서 감상하도록 의도했다. 이 작품의 뒷면은 앞면만큼 중요하다. 각 벽돌형태의 뒷면에는 성형할 때 생기는 손자국이 찍혀있다. 작은 스케일의 파도 같은 움직임은 무작위 안에서의 질서를 생각하게 한다. 편평한 면에는 녹색유약을 바르고 움푹 들어간 면에는 핑크색 슬립을 발랐다.
작품 「Drift」는 높이 13센티 길이 20센티의 벽돌을 길게 결합하여 바닥에 늘어놓은 것이다. 표면의 오목 볼록한 면들은 광택이 있거나 반광의 백색 유약으로 마무리되어 마치 빙하기의 경관을 연상시키듯, 감상자의 시야를 일순간 확장시킨다. 

그린의 벽돌들은 석고 몰드 또는 건축현장에서 쓰는 전통적인 나무 몰드를 사용한다. 그는 타일이나 벽돌을 써서 건축하는 현장에 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건물의 벽면에 부착되는 벽돌들을 하나의 오브제로 보기 시작했다. 보통 2~3센티의 두꺼운 벽돌을 서서히 건조시키기 때문에 한 몰드에서 하루에 1~2개의 벽돌을 만든다.
그는 작품에 따라서 형이 매우 복잡한 몰드를 사용하지만, 필자에겐 작업 과정과 생산의 반복적인 노동이 일상생활의 습관적인 면을 생각하게 했다.
또한 벽돌들은 마치 전개도처럼 형태뿐만아니라 그것의 기능과 환경을 돌아보게 한다. 개인적 사회적 역사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의 한계와 질서에 의존하는 작업을 창조함으로서 시간의 지나감과 현재의 덧없음을 시사하며, 또한 떨어져 나온 파편 같은 벽돌에 장식을 도입해서 개인과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어떤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상기시키는 패턴들을 사용하지만, 그가 만든 작품들이 감상자들과 시간과 공간에 대한 대화,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열려진 상태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작가로서의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하는가 하는 필자의 질문에 그린은 다른 재료를 사용하거나 다른 성향의 작품을 하는 작가들과 만나서 대화하며 그러는 동안 자신의 작품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고 설명했다. 작가 제이슨 그린은 현재 보스톤에 위치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조각과 도예를 가르치고 있다.

제이슨 그린Jason Green
MFA 알프레드 대학 졸업,  BFA 코네티컷 스쿨 오브 화인아트
2003 Emerging Artist 수상, 어메리카 크래프트 카운실
2005 비지팅 아티스트, 알프레드 대학
개인전 5회
현, Director of Three Dimensional Studies, 월넷힐 스쿨

 1 「Double Cross」 2001
2 「Double Cross」 부분
3 「Wall」 2002
4 「Oscillation」 2004
5 「Wall #2」 2004

필자약력
이화여자 대학교 졸업,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8회(한국, 미국)
버지니아 박물관 초청 레지던시 아티스트
이화여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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