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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남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물고기의 숨결’을 보고
  • 편집부
  • 등록 2006-02-22 17: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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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남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물고기의 숨결’을 보고

글 윤상기 _ 대불대학교 교수, 문화비평

깊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물고기를 보았다. 본래 물고기는 물속에 살고 있어야하나, 조성남은 물 밖에서 자신을 가두었던 어항을 응시하는 물고기를 창작했다. 안과 바깥 세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다. 자연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아우르듯, 조성남은 물결을 따라 때로는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가끔씩 튀어 오르면서 세상 구경을 하기도 하는 물고기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그의 말처럼 “자신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과 타협하고 순응하면서도 세상 밖으로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고기’에 대한 단상은 강이나 바다와 함께 그려진다. 물고기가 떠난 강이나 바다는 얼마나 적막할까? 이름 모를 수많은 물고기 떼가 유영遊泳하며 어우러진 강가나 바닷가 풍경은 항상 은은하고 편안했다.
하지만 물고기는 어항 속 금붕어로 기억의 아우라를 만들고 있었다. 그곳은 자유를 저당 잡힌 금붕어가 있을 뿐 자연은 없었다. 생명이 자연에서 시작되듯 흙으로 돌아가는 생명도 자연의 일부인 자연 속에 담겨질 때만이 제자리를 찾게 된다.
그래서 금붕어를 담았던 어항도 조성남의 손을 만나게 되면 물결을 꿈꾼다. 물고기를 담았던 자연 상태의 강과 바다는 잔물결과 파도치는 바닷가 원시자연의 세계를 갈망하여 어항 밖에 물결의 흔적을 남기며, 그리움과 향수를 새긴다.
물고기의 그리움과 어항의 그리움이 변주되는 새로운 세계가 잉태된다. 그 어울림은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는 그리움으로 자리하는 듯하다. 생명을 담았었기에 생명을 그리워하며, 그 모습을 간직하고자 세파世波에 절규하는 물고기의 외로움과 반복되는 물결의 파형이 주는 균형의 미가 느껴진다. 자연과 떨어져 있어도 그 자체가 자연을 이루고 완성하려는 조화의 아름다움이다.
미美적인 것만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10여년 지속된 「물고기 연작시리즈」의 아름다움은 외형의 균형과 조화에 바탕을 둔다. 형식은 내용의 존재방식으로, 내용은 형식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이 내용을 포괄하고 드러내듯, 「물고기 연작시리즈」는 절제된 표현과 무겁지 않은 선의 사용을 통해 균형을 이룬다. 균형은 조화를 보여 생명을 드러내고 자연과의 어울림을 완성했다.
모든 물고기는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새롭다. 이런 모습 때문일까? 나는 「물고기 연작시리즈」속에서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았다. 그것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생명을 담는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다다를 수 없는 균형을 희구希求한다. 세상과의 비례와 대칭으로 보여주는 그리움의 대상을 품고 있다. 현대를 살면서 숨막히는 고통과 번뇌를 담고 있으면서, 원시자연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우리네 모습 말이다.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매체가 곧 메시지Medium is the message”라고 말했다. 기표와 기의를 말하는 기호학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요즘의 현실을 둘러보면 그 의미가 이해되는 시대다. 조성남의 「물고기 연작시리즈」도 그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돌아간다’는 말처럼 사라지는 과거와 앞으로의 새로움을 함께 담는 매체이자 메시지로 자리한다.
조성남은 <물고기 연작시리즈>에서 현실을 이야기한다. 균형과 대칭을 이루는 안정 속에서 평정심平靜心을 찾지 못하는 현실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쫓고 갈구하며, 고민하고 번뇌한다. 파도에 몸을 맡긴 물고기는 번뇌를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한다. 조성남 도자세계의 출발점이자 도달점이다.

작가약력
전남 영암생
조선대학교, 동대학원 졸업
전라남도신청사 상징조형물 설계 및 제작
대불대학교 중앙도서관 대형도자벽화 제작
청와대 만찬용 식기개발 진행
現 전남·광주디자인협회 공예분과위원장
現 대불대학교 조형디자인학부 재직


1 「여름날」 100×100×150mm
2 「물결Ⅰ」 190×90×220mm
3 「화병Ⅰ」 120×120×200mm
4 「물결 + 자화상」 450×270×50mm
5 「옹기쟁이 정윤석의 세월」 450×270×70mm
6 「形-05」 120×80×350mm

필자약력
대불대학교 교수
문학박사 / 문학비평
국민홍보위원
전라남도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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