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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기 첫 번째 도자 개인전 - 비취색 투영 속에 흐르는 강물처럼
  • 편집부
  • 등록 2006-01-24 18: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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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기 첫 번째 도자 개인전
2005.10.12 - 2005.10.18 인사아트센터

 

비취색 투영 속에 흐르는 강물처럼

 

글 홍순석 _ 강남대학교 교수, 한국전통문화 연구

 

옛 시인들은 시를 평하며 말한다. “그 시를 보고 그 사람을 모를 수 있는가?”하고. 어찌 시뿐이겠는가. 그림이나 소리, 춤꾼의 몸짓에서도 그를 읽을 수 있지 않겠는가? 요즈음의 평자들은 그것을 개성이라고 말한다. 옛 사람들이 즐겨 말한 바는 작가의 변별적인 특징을 지칭하는 ‘개성’만을 말한 것이 아니다. 작품 속에 잠재한 ‘성정性情’을 함께 말하고 있다.
처음 지강之江(김판기)을 만난 것은 그의 작업장이 있는 신둔면 고척리의 구불구불한 논둑길에서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청바지를 입고 흰색 티셔츠에 흰고무신 차림새로 논둑길을 조용히 혼자 걷고 있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거기엔 항상 그때 모습의 지강이 조용히 걷고 있다. 청바지 흰색티셔츠 흰고무신…, 편하기 그지없는 차림새이다. 꾸밈새도 없다. 말 수도 적은 그를 닮아선지 한참을 기다려야 웃으며 몇 마디 던져준다.
그가 유독 청자를 좋아했던 이유도, 어린시절 옥수玉水 흐르는 냇가의 추억에서 시작한 것 같다. 구불구불한 논둑길과 눈빛으로 대화하던 ‘이름 모를 산새’ 칡넝쿨이 엉킨 산 속의 ‘다래’, ‘머루’ 그리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대문 앞의 서정이 그의 작품에 잔잔한 여운으로 융즉融卽되어 있다.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나 역시 구불구불한 논둑길을 나서고 있다. 옥빛 하늘을 비상하는 이름 모를 새를 본다. 그가 오랜 세월 속에 찾아낸 청자의 색깔은 ‘옥수玉水’ 그대로이다. 비취색 투영 속에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쉼 없이 흐르기에 이끼가 없다. 더 짙거나 흐리거나 변함이 없다. 항상 그대로이다. 그래서 낯설지 않다. 누구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그는 성형 못지않게 문양에 중점을 둔다. 주로 상감법을 즐기며 예리한 조각도로 빗살을 음각하고 새로운 기법을 스케치한다. 특히, 수직된 형태의 직선을 잔잔히 표현함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양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또한, 직각에 가까운 밑 부분을 작품에 접목시켜 보다 현대적인 맛을 표출하는 과반果盤을 즐겨 제작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만난 작품들은 그가 인내하며 제작해 온 전통도자기법의 습합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인 계기가 된 작품들이다. 분명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작품인데도 보는 이에겐 그렇게 낯설지 않다. 성형成形은 다르되 성정性情이 같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부드러우며 선이 곱고 섬세하고, 정교한 표현이 돋보인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분청의 몇 작품에서는 조형적이며 획이 굵은 추상을 빚으려는 의도가 표출되어 있다. 그런데도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성정 그대로이다. 그는 도자의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단순하면서도 격조가 있는 전통도자의 본연을 살리되, 늘 곁에 두고 싶은 ‘그릇’을 만들고자 한다. 청자 그릇의 미래를 꿈꾼다. 청자디너세트, 진사 앞접시와 잔으로 이루어진 상차림 등이 그러한 시도의 산물이다.  
그는 자기 심성心性에 충실하여 ‘참그릇’을 만들고자 했던 그 옛날의 도공陶工을 흠모한다. 화려한 찬사를 받으며 박제가 된 예술품을 만들기보다는 ‘참그릇’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오늘도 흰고무신을 신고 논둑길을 걷는 까닭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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