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를 참는 절제된 표현
글 정진원 _ 동덕여자대학교 미술학부 공예전공 교수
주로 그릇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온 장지원이 다섯 번째로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제 50의 나이로 중년의 연륜을 그대로 솔직히 보이고 있었다.
전시회를 오픈하는 날이니 화사하게 꾸미고 치장하는 것이 여자의 마음일진데도 그녀의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었다.
삶의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로 그간 주부로서 작가로서의 생활이 항시 편안하고 안정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거칠고 험난하고 구슬픈 고통들이 범벅이 된 기억들이 보다 더 생생하게 각인되어 남아 있을 수 있겠다. 그간의 일상의 파편들로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 주장하려 하는 말들이 오죽 많겠냐마는 작가의 작품에는 모든 것이 조용히 절제되어 있다.
작가는 화장이나 치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의도적인 표현 -작가는 이를 장난이라 한다- 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의 그릇에는 역시 화장기가 없다. 물레로 성형된 그릇에 절제된 자국으로 남아 있을 뿐 장식과 치장이 없이, 말없이 놓여져 있다. 무덤덤한 흰색의 그릇들이 아무 주장이 없는 듯, 삶의 영욕의 굴레가 응어리 없이 녹아져 버린 듯이 그저 편안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가령 물건이 말이 많다면 귀찮을 것이다. 간섭할 듯한 자세를 취하면 곧 질릴 것이다. 애태우게 하는 것이라면 바라보다가 지칠 것이다. 지나치게 강하면 함께 지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것에서도 무언가 볼만한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물에 어울리는 성질이 아니다” - 야나기 무네요시. 조선공예개관. 동문선 p74 -
작가는 환원소성을 하여 그릇을 굽지 않는다. 환원소성에서 나오는 백자의 차가움보다는 산화소성에서 얻어지는 백자의 은은한 온화함을 좋아한다.
편안함과 온화함 그리고 속내를 참고 절제된 표현, 역시 작가는 한국의 전통여인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밖으로 발산 시키려는 표현보다는 안으로 내재시키려하고, 의도적인 여러 제스처 보다는 가벼운 손짓하나를 좋아하고, 물 한 컵 놓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은근한 표현을 좋아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로 벌써 5회째의 개인전을 열었다. 5회의 개인전이라면 활발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주부로서 어머니로서의 멍에를 이겨 나가면서 그래도 꾸준히 작품을 하여온 바라 이제 그 멍에가 점차 가벼워졌으니 좀 더 내실 있는 작업들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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