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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7회 개인전 2004.4.22 - 2004.5.5 GALERIE PICI
  • 편집부
  • 등록 2004-05-16 23: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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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연잎 하나 그리고 우주 글 성진기 _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무릇 모든 예술가는 어떤 절실한 생각을 작품 속에 담아내려 노력한다. 따라서 아무런 할 말이 없는 예술가는 진정한 의미에서 창작의 발걸음이 중단된다. 또한 예술가는 자신의 내밀한 상념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데 그것이 미숙하면 졸작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도예작가는 우선 흙을 상대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야말로 거친 흙덩이에 불과한 자연물을 다스려 미적 이데아를 형상화한다. 흙을 부수고 반죽하고, 형태를 만들고 또 굽는 기술적 공정은 손에 익히면 비교적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작품’을 창조해야 하는데 고뇌가 있다. 하이데거는 “하나의 예술작품은 사물로서 있는 것을 넘어 있는 어떤 다른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 속에는 어떤 다른 것이 함께 주어져 있어야 한다. 흙을 다루는 기술을 발휘해 예술행위를 하게 되는데, 이 때 흙과 손놀림을 넘어선 무엇이 있음으로써 작품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무리 찬란한 어휘와 동작, 그리고 색깔도 진리를 전달하는 데는 부족하다. 오히려 작고 단순한 방법이 진리 접근에 묘수가 되지 않을는지. 노자(老子)는 진정한 도란 어떤 군더더기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억지나 인위를 배격하는 논리다. 서경석 교수도 지난날 다양한 창조의 몸짓을 구사한 것으로 안다. 찬란한 색깔로 화병을 만들고, 원색에 싫증이라도 난 듯 백색의 젖무덤을 빚었지만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는 표현을 터득하는 데는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 서경석 교수가 천착하는 연잎작품들은 구차한 췌언들을 단칼에 베어버린 느낌이다. 광대한 우주를 맑은 연잎 하나에 담아버렸다. 막강한 세계를 둥근 연잎 속에 가두어 버렸다. 어쩌면 그는 우주가 어떻고 인생이 무엇이라는 횡설수설로 연명해온 시간들을 극복한 듯 하다. 연(蓮)의 붉은 꽃은 대지의 생명력이 솟구친 모양이요, 수련의 흰 꽃은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린 형상이다. 연은 꽃으로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초월적 메시지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서교수는 연에서 꽃을 없애버리고 잎 하나로 모든 말을, 온 우주를 대변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오만한 소망이 행운처럼 이루어지는 인상이다. 서교수의 연잎은 화려한 색조를 참아내고, 그렇다고 초라하게 바랜 색채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능수능란하게 중용을 취했다. 서교수의 연잎은 푸르고 여린 색깔로 인해 사치와 가난을 일거에 해소해 버린다. 도대체 인간과 우주가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찬란한 것은 아닐 것 같고, 그렇다고 인간과 세계가 보잘 것 없이 작고 초라한 것 같지도 않다. 서경석 교수의 연잎 작품들은 그 근원이 필시 자신의 인생관일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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