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로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그룹의 산업도자 디자인과 예술유리?
연대순으로 보는 로얄 코펜하겐의 역사와
덴마크 산업도자디자인 양식 변천사⑿
-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개인주의와 다양성의 시대
글/김정아 스웨덴리포터 사진/로얄 코펜하겐 제공
다양성의 시대 : 70년대와 80년대의 산업도자양식
70년대와 80년대는 뚜렷이 대조적인 양식으로 성격 지어진다. 70년대는 자연으로의 회귀를 추구하며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어 투박한 수공예적 양식을 보여준 시대였다. 이 시기의 투박한 수공예 산업도자는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가정의 일상생활 용기로 받아들여졌다. 투박한 수공예적 양식은 이에 곧바로 연결된 다음 시대, 즉 하이테크와 포스트 모던양식, 정교한 신 로코코가 등장한 80년대와 뚜렷이 상반된 양식을 보여준다.
실험주의 디자인 양식과 아르예 그리에그스트
7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여러 도자산업체에서는 많은 도예가 들을 초대해 공장 내에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해주고 예술성이 높은 제품에 대한 자유로운 실험의 기회를 확대하였다.
1976년에 금 세공사 (goldsmith) 아르예 그리에그스트 (Arje Griegst)가 디자인한 ‘씨 튜린 (The sea tureen)’과, 그가 1978년에 디자인하여 1984년부터 로얄 코펜하겐에서 판매를 시작한 ‘트리톤 (Triton)’ 자기 서비스는 80년대의 새로운 표현양식을 가장 서술적으로 묘사해낸 선도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리에그스트의 디자인들은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인 탓에 신 로코코가 등장하여 유행을 타기 시작한 80년대 말이 될 때까지 다른 디자이너들의 빛에 가려 있어야했다.
80년대가 되자 디자이너들은 그리에그스트가 이미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던 실험성이 강한 형태의 디자인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실험주의 디자이너들 중의 일부는 70년대 말부터 등장한 하이테크와, 포스트 모던, 신 로코코를 발전시킨 디자인에 열중했으며, 80년대의 소비자들은 70년대와는 전혀 다른 이러한 디자인을 환영했다.
하이테크는 각 가정의 가구를 전통적인 목재가구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대리석, 유리, 가죽재질의 가구로 대치시켰고, 흑백의 디자인 제품들과 커튼 대신 블라인드를 설치한 창문 등 실내건축과 산업디자인의 모든 분야에 변혁을 불어왔다. 할로겐 조명과 컴퓨터가 책상을 점령했고, 단 한 송이의 백합을 하이테크로 실내 디자인된 집안의 유일한 장식물로 꽃병에 꽂는 유행도 낳았다. 자전거와 스키 타기도 이 시기의 하이테크 열성가들의 빠질 수 없는 장식적 취미였다.
포스트 모던양식의 디자인 아이템들은 경험으로부터 온 지식을 바탕으로 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고전주의와 기능주의적 디자인 제품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과도하게 장식되어졌다고 보여지는 형태와 지나치게 화려한 색채들을 가진 제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신 로코코는 로코코 양식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양식으로, 리드미컬한 로코코의 선들을 금속 등 새로운 재료에 적용하였으며 자연을 근본적인 주제로 삼아 예술적으로 변형했다.
덴마크왕실의 최고급 귀금속 디자이너
아르예 그리에그스트(Arje Griegst)
세계적으로 유명한 귀금속 디자이너 아르예 그리에그스트 (Arje Griegst)는 1938년에 대대로 금세공사를 하는 유태인 집안의 아들로 덴마크에서 태어났다. 가문의 전통대로 아버지로부터 금세공을 배우며 성장하였고, 그와 함께 금세공을 하던 동료 아이린(Irene)과 결혼했다. 1965년부터 조지 젠슨(Georg Jensen)회사를 위해 금과 은 장신구 등을 디자인하였다. 이후 덴마크 왕실의 귀금속을 전담하던 보석공예가 미켈센(Michelsen)의 눈에 띄어 픽업된 후 덴마크왕실가족을 위한 목걸이를 전담하는 귀금속 장신구 디자이너가 되었다.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덴마크여왕이 가장 애호하는 디자이너가 되었으며, 1976년 특별주문으로 덴마크여왕 마그레테(Queen Margrete)를 위한 현대식 왕관을 디자인했다. 그를 전세계에 알리게 한 이 현대식 왕관은 전통적인 형태의 왕관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황금의 꽃 왕관(Golden flower tiara)’이라고 불린다. 이 왕관은 9개의 활짝 핀 황금의 꽃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4개의 황금 꽃봉오리 귀걸이와 3개의 꽃봉오리가 달린 목걸이와 세트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꽃들은 여왕의 기분에 따라 한 개씩으로 분리하여 착용할 수 있고 브로치로 쓸 수도 있다. 꽃은 황금으로 만들어졌고 꽃송이 안에는 다이아몬드, 진주, 호박, 오팔, 수정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덴마크의 보석공예에 그가 미친 영향과 업적을 인정하여 단네브로그(Dannebrog)공 이라는 귀족칭호를 여왕으로부터 하사 받았고, 덴마크 최고 금세공사 상을 받은바 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전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귀금속 수집가들의 특별 애호품목이기도하다. 그는 최고급 왕실 귀금속 이외에도 귀금속 조각과 금속디자인, 산업도자 디자이너, 유리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조지 젠슨 회사를 위해 포크와 나이프 등 식탁용 금속 제품 스피렌(Spiren)시리즈를 디자인하였고, 홀메고드(Holmegard)유리회사를 위해 사나두(Xanadu) 유리제품시리즈, 로얄 코펜하겐을 위해 ‘씨 튜린’ 과 ‘트리톤’ 자기 서비스 등을 디자인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와, 이스라엘 예루살렘, 덴마크 코펜하겐 등에 직매장과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인 아이린도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스라엘 예루살렘, 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등에 직간접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르예 그리에그스트가 디자인한 모든 제품은 ‘A.G.’라는 사인이 새겨져 있다.
식탁 위의 보석, 아르예 그리에그스트의 트리톤 서비스
아르예 그리에그스트의 디자인들은 재질에 관계없이 대부분 자연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왔으리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유기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스스로도 그의 디자인들은 자연 또는 작은 자연물들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로얄 코펜하겐을 위해 아르예 그리에그스트가 디자인한 ‘트리톤’ 자기 서비스는 식탁 위의 보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아름답고, 장식적이며, 섬세한 느낌을 준다. 바다에 대한 고전 시를 현대식 자기디자인으로 표현해냈다고 흔히 일컫는 이 아름다운 제품은 특별히 자연과 바다로부터 받은 인상들을 표현하고 변형한다는 점에서 로코코와 자연주의에서 그 디자인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바다의 신 ‘트리톤’과 그의 나팔인 소라고동에 대한 많은 전설과 신화 등을 배경으로 한 이 디자인은 그래서 ‘트리톤’이라는 제품명을 갖게 되었다.
마르코 폴로에 의해 처음 명칭을 갖게된 ‘자기(porcelain)’가 얇고 투명한 백색의 조개 (porcella)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아르예 그리에그스트는 바다와 자기의 신비로움이 서로 통한다고 믿는다. ‘트리톤’ 디자인은 그가 바다에서 얻은 영감으로부터 태어났다고 하며, 여기에서 그는 마치 바다에서 춤을 추는 듯한 파도의 움직임과 조개들의 이야기, 바다의 신화를 표현하고자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1, 2, 3 제품명 : 트리톤(Triton)
디자이너 : 아르예 그리에그스트(Arje Griegst)
제품재질 : 자기(Porcelain)
생산년도 : 1978년에 디자인, 1984년부터 판매시작
생산회사 : 로얄 코펜하겐
4.제품명 : 씨 튜린(The sea tureen)
디자이너 : 아르예 그리에그스트(Arje Griegst)
제품재질 : 자기(Porcelain)
제작년도 : 1976년에 디자인
생산회사 : 로얄 코펜하겐
5, 6 제품명 : 트리톤(Triton)
디자이너 : 아르예 그리에그스트(Arje Griegst)
제품재질 : 자기(Porcelain)
생산년도 : 1978년에 디자인, 1984년부터 판매시작
생산회사 : 로얄 코펜하겐
필자약력
이화여대 및 동 대학원 도예과 졸업
스웨덴 국립 욧데보리대학교 대학원 석사(MFA)
핀란드 헬싱키산업미술대학교 대학원 박사(Doctor of Art)
개인전 2회(스웨덴)
국제학술대회 논문발표 3회
핀란드 UIAH 도자연구소 전임연구원 및
도예과 전임강사 역임
현재, 스웨덴 욧데보리대학교 전임강사(공예학부) 및
전임연구원(디자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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