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生成)으로의 동경(憧憬)
글/정문규 화가
그림공부를 하다가 도자기로 전공을 바꾼 이진복의 도자기는 언제나 그림 같다. 그가 만든 생활용기들도 그러하지만 그의 심성을 그려내는 듯한 입체나 평면작품들은 인테리어 효과가 느껴지면서 회화적 감각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요즈음 이진복이 열정을 쏟고 있는 작업은 철, 흑유와 안료를 혼합하여 재료를 칠하고 굽고 또 칠하고 굽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생기는 질감의 독특한 맛을 내는 테라시질라타(Terra Si gillata)의 기법을 이용한 작품이다. 여태까지의 도자기에서와 달리 아주 생소한 형태나 질감을 집대성(集大成)한 나무들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지극히 원시적인 형태감과 조합토에서 오는 아주 거칠거칠한 재질감은 대지로부터 솟아오르는 뭔가 강열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회의 광경은 그네들 부부와 남매 가족이 살고 있는 작업실 부근의 사슴들처럼 생명력있는 이야기들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가득 채워 펼쳐 놓은 것 같다. 동토에서 새로운 계절을 맞아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싹들 같기도 하고 서로 연합하여 이루는 싱싱한 나무숲 같기도 한 입체들의 모임은 주변의 자연을 나타내는 풍경들로서 요즈음 이진복이 추구하고 또한 환호하는 뭔가를 엿보게 해준다.
이진복은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작업을 해나가는 억센 기질의 소유자이다. 고민하고 깊이 성찰하며 파고드는 타입이라기 보다 긍정적이며 기지를 발휘하며 탐색하고 찾아서 발견하는 타입의 도예가로 여겨진다. 그의 평면작품들은 아기자기하다. 작은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놓을 수 있는 시골풍경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표면에 백토와 청토를 조화롭게 구성, 배치하고 철, 흑유, 안료 등을 멋있게 활용하여 사랑스러운 소품들을 만들고 있다. 작은 도판에 그려진 나무, 새, 집들은 우리들 모두의 그리움이 담겨진 하나같이 정겨운 고향, 그것이다.
이러한 이진복의 재료에 접근하는 자세와 도자기로서의 조형적인 그의 감각 형상들이 지속적인 노력에 의하여 크게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진복은 이번 전시를 통해 뭔가를 얻을 것이고 또한 그 뭔가를 통해 한층 높은 도약을 꾀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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