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속에 담은 기억과 꿈
글/이희순 도예가
최미현의 생애 첫 개인전이자 생활자기전인 ‘그릇에 담은 기억과 꿈’을 대하는 순간 난 참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 그리고 그 만이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 꿈과 기억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빚어진 작품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포근함과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함을 소재로 실용성 있는 생활도자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그의 작품들 속에 깊숙이 새겨넣었다.
어린시절 담쟁이 덩굴과 꽃이 가득한 아담한 마당을 마주하고 밥을 먹던 정겨운 기억을 되살리며 제작했다는 주전자, 사발, 피쳐, 컵 등에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고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
‘우리의 식생활을 즐겁게 하고 그 자체로 집안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개성과 손맛이 돋보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유명 언론사의 출판기자, 문화센터의 강좌기획 담담 과장 등 10여년간의 직장생활 끝에 전혀 생소한 분야로 과감히 진로를 바꾼 그 만의 고집과 집요함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공대에서의 대학원 졸업논문 작품으로 하늘과 구름의 이미지를 소재로 한 포도주잔, 촛대 등 의식 용기를 제작한 바 있는 최미현은 당시 적용했던 슬립장식기법을 발전시켜 한국스타일의 생활자기에 도입시켰다.
거의 대부분 물레성형으로 제작된 용기들은 그 만의 독특한 손잡업을 거쳐 개성있는 핸드메이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찍어내듯 대량 생산되는 생활자기나 천편일률적인 색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 기간 유약실험을 통해 자신의 그릇만이 가지는 컬러를 만들고자 했던 욕심도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생활자기를 제작하는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의식해 바륨, 망간, 크롬 등 인체에 해로운 유독성 물질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1260도 환원소성으로 마무리했다.
최미현은 미국에서 귀국한지 고작 1년만에 갖는 전시회라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친밀감은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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