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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복잡한 신소재 없이 빛의 회전 방향을 마음대로 제어한다​
  • 이광호
  • 등록 2026-08-14 16: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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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복잡한 신소재 없이 빛의 회전 방향을 마음대로 제어한다


- 비카이랄 액정 분자의 자기배열로 초미세 카이랄 바람개비 구조 구현


(왼쪽부터) 한정연 KAIST 화학과 학생, 허정무 아주대 응용화학과 교수, 이경진 충남대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윤동기 KAIST 화학과 교수. (자료제공: KAIST)


종이접기에 비유한 대칭 분자를 이용한 초미세 바람개비 구조(카이랄 구조) 제작 (자료제공: KAIST)


복잡한 신소재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분자의 집단적인 배열을 제어해 빛의 회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원편광은 빛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며 나아가는 특수한 빛으로,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통신, 보안기술의 핵심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KAIST(총장 배충식)는 화학과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학교(총장 김정겸), 아주대학교(총장 최기주),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및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과 공동으로, 대칭적인 비카이랄(Achiral) 액정 분자를 공간적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전기장을 가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카이랄(Chiral) 바람개비 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고분자 나노섬유로 영구적으로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월 14일 밝혔다.


우리의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지만 서로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 성질을 카이랄성(Chirality)이라고 한다. 이러한 카이랄성은 단백질과 DNA 같은 생체분자는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센서, 광통신 등에 사용되는 광학 소재의 핵심 특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카이랄 광학 소재를 만들기 위해 분자 자체를 비대칭 구조로 복잡하게 합성하거나 많은 양의 카이랄 물질을 첨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소재 선택의 폭이 제한되며, 넓은 영역에서 하나의 회전 방향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인 배열이 카이랄성을 만든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같은 종이라도 접는 방향에 따라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의 바람개비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분자에 적용했다. 


개별 분자 자체에는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없더라도 여러 분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집단적으로 배열되면 전체 구조에는 서로 반대되는 카이랄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막대 모양의 분자들이 스스로 초미세 바람개비처럼 모이도록 만든 뒤, 여기에 전체 물질의 1%도 되지 않는 극소량의 카이랄 첨가제를 넣어 모든 바람개비가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이 구조를 고분자 나노섬유 위에 그대로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된 구조에 일반적인 발광 물질을 도입하자, 구조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반대 부호의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 발광 신호가 나타났다. 이는 발광 분자 자체에 카이랄성을 새롭게 도입하지 않고도 주변 구조의 배열만으로 방출되는 빛의 편광 특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빛을 내는 분자의 화학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그 주변에 형성된 구조의 배열을 제어해 빛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쉽게 말해, 같은 레고 블록도 조립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이 되듯, 같은 분자도 배열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카이랄 구조와 광학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다.


비카이랄 발광체 도입을 통한 구조 유도 원편광 발광 구현 (자료제공: KAIST)


윤동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카이랄 분자의 화학구조가 아닌 ‘배열 방식’ 만으로 빛의 회전 방향을 제어한 것이 핵심”이라며 “복잡한 신소재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AR·VR 광학소자, 편광 센서, 광통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광학 소재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한정연 박사과정은 “기존에는 왼손과 오른손 구조가 함께 생겨 카이랄 특성이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극소량의 첨가제가 회전 방향만 선택하도록 설계해 넓은 영역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한정연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사업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Ceramic Korea (세라믹뉴스)=이광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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