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샐빈(Nancy Selvin)의 추상정물
글/사진 박윤정 미국 리포터
캘리포니아 버클리 도예가 낸시 샐빈의 작품은 일상생활에 흔히 쓰이는 병이나 대접, 책 등을 주제로 하고 실제적으로 이런 형태를 간직하면서 미니멀 아트(Minimal Art)와 추상 표현주의를 접목하여 추상적인 도자 정물을 하는 작가이다.
샐빈의 정물화에 쓰여진 용기 형태는 용기의 원래 모양를 어느 정도는 간직하나 불규칙하게 깎아서 씨메트리를 없애고 자연스럽게 기본형태를 유지한다. 마치 자코메티(Giacometti)의 인체 조각과 비교해 볼만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용기 모양을 근본적인 형태로 순수화시키며 형태나 표면 처리에 군더더기 장식을 일절 넣지 않았다. 무심히 보면 선반 위에 놓아두었던 오래된 기름병 같은 형태를 연상시키며, 자연스러운 흙의 주름 자국이나 완벽하지 않은 약간 부서진 부분을 의도적으로 남겨서 보는 사람들에게 흔적과 자국을 통해 자기의 기억 속에 있는 지난 것들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와 여지를 주고 있다.
이런 용기 형태를 그룹으로 짝 지어서 각 작품에 맞게 작가가 만든 나무 선반이나 쇠 책상 위에 놓는 구성을 하고 있다. 작품에 쓰이는 간단하면서 단순한 대나 선반은 그녀가 좋아하는 이태리 화가 죠지오 모란디 (Giorgio Morandi)의 회화 작품인 ‘도자 그릇이 있는 정물화’에서 볼 수 있는 간략한 선의 드로잉에 비교하고 있다. 최소의 공간과 선을 이용하여 만든 이런 대나 선반은 셀빈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동양적 미학의 영향으로 의도적인 단순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의 한 부분이다. 대, 선반, 책상, 다기 받침들은 도자기가 놓일 공간을 작가가 설정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그녀는 도예작품 자체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다.
동양적인 것 ‘흰 백지에 몇 개의 획만을 그은 것 같은 여백’에 심취되었던 작가는 다도에 쓰이는 다기 받침에 단 하나의 다기가 있는 구도에 여러 해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기도 했었다. 불규칙한 7각 혹은 8각의 긴 그림자 같기도 한 나무로 만든 다기 받침은 일곱 여덟 번의 스프레이 페인트를 입혀서 표면에 색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다.
버클리 대학원 시절 작가의 은사였던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 피터 볼커스의 영향이 보이는 완벽하지 않은 듯 한 형태, 작가가 흙 표면에 남기는 손자국, 부서진 듯한 병 끝의 토질감, 붉은 흙에 흰 분청으로 거칠게 낸 붓 자국은 그녀의 작품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추상 표현주의의 마크라 하겠다.
‘Notation #7’이나 ‘Just testing again’에 있는 작품에 쓰여진 글귀나 단어들은 그녀의 스케치북이나 노트에서 골라 쓰여진 것이다. 글 자체가 큰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지는 않고 다만 시각적인 요소로 쓰였고 흐려진 흔적은 보는 사람들이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매체로 쓰여지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미 연방국에서 주는 우수 작가 상(National Endowment of Art)을 두 번이나 수여 받았고 ‘Watershed’ 라는 사립 도예 부흥 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아 작은 체구이지만 항상 열정적으로 미국 도예계를 위하여 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한 학교에 적을 두지 않으나 동서부 여러 대학에서 초빙강사로 가르치면서 작가 생활과 도예의 대중화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13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100여 개의 그룹전에 참가했고 그의 작품은 LA County 미술관, 오클랜드 미술관, Smithsonian 미술관, 노스캐롤라이나의 Mint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Ceramics: Art and Perception #33: "Nancy Selvin's Abstracted forms"
(David Brin글, 1998)
Art Week: (Dawn Pomento 글, 1999년 12월호)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학사 및 석사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 석사
현재 San Diego City College 미술학과 교수
샌디에고 공예가 협회 회장역임
샌디에고 미술가 협회 Artistic Director 역임
Pacific Asia Museum, 테네시주립 미술관, 서울시립 미술관,
호암미술관 소장
1999년 갤러리 현대 초대전
2001년 홍콩 갤러리아시아 초대전
세계도자기 엑스포 2001 여주 NCECA 초대전
미국서 개인전 9회
미국서 단체전, 공모전 70회 이상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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