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만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 같은 도자기
조일묵
글 최석운 서양화가
서울 웅갤러리:2007. 5. 11 - 5. 23
조일묵의 작업은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진화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지난겨울까지 보았던 작업이 아니었다. 좁은 통로를 뚫고 한눈에 비추어진 수많은 점들은 여름 밤 하늘 별빛같이 찬연하였으며 마치 하나하나 작품에 쏟아져 들어온 듯하였다. 모든 작품들이 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사각형의 점들과 사각 안에 동그란 점이 들어 있으며 다양한 색채를 띠고 있다. 한마디로 이렇게 많은 점들을 어떻게 작품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가에게 물었더니 이번 전시는 형의 본질을 찾고자 점을 이용했고 그 점을 연리문 기법의 부착기법과 공판화 기법으로 수많은 점을 표현하였다 한다. 평면과 입체를 점의 요소만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으로는 「천상열차분야지원天象列次分野之圓」 붉은색 점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평면작업 이었다. 붉은색 원은 우주의 생성과 근원을 나타내며 우주 공간을 의미한다. 그 위에 골드 러스터로 별자리가 수없이 그려져 있으며 바탕의 점과 고급스럽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사과가 아니다」는
사과의 조형을 표현한 작품으로 사과라는 형을 담고 있으나 구태여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형의 본질적인 점을 사과라는 형식을 빌려 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 물리학의 양자적인 원리를 작품에 의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작품은 사각의 각기 다른 형 속에 작은 점들이 색을 결정지우며 마치 조각보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의 추상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회화 작품으로 착각이 들만큼 모던 하고 감각적인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다.
조일묵은 경기도 양평에서 작업을 하며 회화나 조각 등의 작가들과 교류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도자와 여러 장르를 연결하는 작업은, 끝임 없이 새로움을 찾는 그에게 큰 변화의 끈을 제공한다. “항상 새로운 도자의 유혹에 빠져 있는 듯하다”는 안주인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조일묵의 전시는 늘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늘 궁금하다.
흙으로 놀다 그리다
글 조일묵 도예가
경기도 양평 맑은물 미술관:2007. 4. 13 - 4. 20
도자란 무엇일까. 태초에 우리는 화성암 덩어리였다. 세월의 풍파로 흙이 되었고 다시 불에 구워져 화성
암의 존재로 다시 탄생된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적 원리이며 원초적 표현이다. 흙의 부드러움은 인간의 모태적 느낌이며 항상 그것을 그리워한다. 양평에서 활동하는 8명의 미술인이 흙이라는 공통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업체계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렸다. 참여 작가로는 서양화가 민정기, 김호순, 이 인, 최석운, 동양화가 고영실, 판화가 이봉임, 조각가 장대일, 그리고 필자였다. 참여 작가들은 매년 겨울 필자의 작업장에서 작업을 해왔으며 그간 제작된 작품들로 이 전시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 중에는 특히 주목을 끄는 몇 작품이 있다. 돼지를 주제로 한 최석운의 작품은 황금돼지해를 맞아 등장한 나룻배를 탄 돼지의 곁눈질하는 시선을 통해 흙이 갖고 있는 원초적 질감과 작품의 메타포가 하나의 절정으로 나타난다. 또한 민정기 작 「두물머리」
는 고무판화 기법으로 색유리를 사용해 표현의 무한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김호순 작 「초율草律」에서는 부조적인 방법과 색채적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대상을 표현하는 표현의 범위를 만끽할 수 있었던 고영실, 이봉임의 작품과 조각가 장대일의 웰빙 호랑이는 재료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재질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세 장르의 작가들이 표현하는 도자의 세계는 어떠한 표현으로 나타났던 것인가? 그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새로움의 희망이었다.
문명은 문화의 교류를 통해 진화되지 않았던가. 예술은 각기 다른 장르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장르가 탄생되며 변화가 모색된다. 화가는 미적표현으로 조각가는 도자로 조형이 이루어진다. 도예가는 평면성과 입체를 통해 조형의 본질로 작업에 반영한다. 현대 사회를 포스트 모던이라 칭하듯이 장르의 벽이 허물어지고 계통간의 상호 소통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은 경기도 양평이 진원지가 되어 작은 울림으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울림이 많아져 팔당의 호수를 넘어 끊임없이 흘러가기를 기대하며. 또 한번의 새로운 ‘흙으로 놀다 그리다’ 전을 기대해 본다.
< 더 많은 사진 자료는 월간도예 2007년 6월호를 참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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