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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품 감상/안덕환의 네 번째 골동 이야기
  • 편집부
  • 등록 2007-07-09 15: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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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품 감상/안덕환의 네 번째 골동 이야기

옛 한 도공은 심한 천대와 멸시 속에서 그것이 천직인양 팔자소관이려니 하며 묵묵히 하는 일에 전념하다 때가 다 하면 그 고달프고 애처로운 삶을 마감한다. 이러한 도공들은 평생 아주 깊은 산골짜기에 틀어박힌 그릇 굽는 가마에서 일하다보니 어쩌면 평생동안 큰 고을 구경 커녕 장가 한번 들지 못하고 이세상 등지고 만다. 그러한 한 도공이 어느 날 무심히 애꿎은 하늘만 바라보며 아이구 내 팔자야 한마디 내 뱉고는 맥없이 머리를 땅바닥으로 툭 떨어뜨리고 만다. 그렇듯 팔자소관에 맡기고 보니 미련도 남았을리 없고 나머지 삶에도 바라거나 행여나 행운 따위는 그림의 떡이었을 게다. 그러나 이렇듯 한없이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고개 떨군채 절망이라는 가위에 눌려 닫혀진 두 눈 그래도 무언가를 위해 뜰 수 밖에 없다. 누군가의 발길에 허리 굽은 이름 모를 한포기의 풀이 앞 발꿈치에 구슬피 조그만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순간 그 모습은 방긋이 내 눈길로 찾아든다. 맞닿고 보니 여지껏 설움은 오간 데 없이 사그라지고 꽃의 마음에 사로잡히고 만다.
이제 꽃과의 사랑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문득 이를 증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거라고는 흙과 내 손 밖에는 없다. 그래서 물레로 자리를 옮겨본다.

항아리술병 15×27㎝


조선 초기 백자다.

흔히들 장군편호라고들 하는데 아주 마음에 닿지 않는 이름이다.
그래서 이름을 지어 보았다. 세우면 길죽한 원통형 항아리 형상임으로(병모양은 아님) 항아리형 술병 즉 항아리 술병이라 붙여 보았다. 이러한 형체의 조선 초기 백자 술병은 많이 출토 되는 편인데 태반이 도안이 없는 무지 백자이다. 꽃나무 한줄기에 오른편으로 잎사귀가 하나 있고 줄기 끝 쪽에 다소곳이 아담스런 꽃 하나가 활짝 피어 반겨준다. 볼수록 예술성보다는 미술성이 돋보이는 도안이다. 겹겹이 겹쳐진 꽃잎들이 어색함 없이 서로 어우러져 우애스럽고 화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유연한 줄기가 느릿느릿한 휨을 하며 간드러진 멋을 은은히 돋구는가 하면 곱지도 밉지도 않은 꾸밈없이 순박하기만 한 처녀꽃을 피워냈다. 왜 우직스런 이 술병에 이런 아리따운 꽃을 그려 넣었을까?
술병이 저라면 이런 아리따운 색시를 품고 싶었던 심정에서였을까 아니면 짝사랑하던 색시 모습을 꽃으로 새겨 한 잔 두 잔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직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술병 뒤켠 [사진1]은 얼핏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이 보이나 눈여겨 보면 짙은 회청색이 백토분을 가르고 마치 굵은 두 줄기의 나무가 서있는 듯한데 이는 도공자신을 빗대어 놓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저와 꽃이란 색시와 이 병으로 혼례를 치루는 셈일게다.
더욱 재미나는 것은 [사진2]를 보면 병 전체의 모습이 힘차게 무언가를 상징하는 섬뜩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병머리 켠에 유약 밑으로 약간의 백토를 무언가로 문질러 굼벵이 같은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도무지 난해한 도안이다.

독자들의 넉넉한 상상력으로 충분히 풀리라 보는데 그래도 어렵다면 『옛 도공들의 푸념』의 음화도자기편에서 ‘양경술병’을 잘 살펴 생각해 보면 곧 답을 구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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