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속 찻내음
다향원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5월, 가족과의 멋진 휴일을 기대 해 본다면 그 발걸음을 대구 팔공산으로 옮겨 보기를 권한다. 팔공산 일대에는 이제 막 피어오르는 연둣빛 나뭇잎사귀와 눈부신 5월 햇살이 있어 가족과 함께 하기에 너무나 좋은 드라이브 코스이다. 파계사 쪽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산자락 곳곳에 찻집이 숨어있다. 봄기운이 완연한 나른한 오후에는 솔잎으로 만든 향긋한 솔잎차 한잔을 청해 보자. 솔잎향이 그윽하게 피어오르는 찻잔과 함께 다양한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추천한다.
하얀 서양식 2층 건물의 다향원. 전통찻집이라기보다는 마치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다. 기존의 전통찻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차공간으로 2004년
에 완공되어 1층은 차 공간,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된다. 마당에 넓게 깔린 자갈을 자박자박 밟고 지나 1층 나무테라스에 놓인 야생화에 눈길 한 번 준 뒤,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면 골동 촛대, 오래된 재봉틀, 우리나라 찻그릇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의 다도구 등 다양한 소품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도예가 황동구, 김정옥의 찻그릇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다향원의 큰 즐거움이다. 이곳은 인테리어라고 따로 한 것이 없다. 여기저기 자리 잡은 소장품들이 저절로 인테리어 역할을 하는데 대부분 주인장 정정화씨가 3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모아 온 것이다. 그러한 탓인지 소품 하나하나마다 장인의 숙련된 정성과 오랜 손맛이 묻어있어 정겹게 느껴진다.
솔잎차, 오디차, 매실차를 비롯한 대용차이며 다양한 일
본차와 커피 또한 맛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차는 이곳에서 직접 담그는데 6월경 서해에서 채취해 1년간 발효되는 솔잎차는 그 향이 은은하며 위장병과 고혈압, 불면증과 빈혈에 좋고, 뽕나무 열매를 채취해 담그는 오디차는 진한 빛깔과 향만큼 맛이 좋으며 특히 피부 미용에 탁월하다.
주인장 정정화씨의 부인은 대용차 뿐 아니라 일본차에 관심이 많아 매년 2월마다 동경 돔에서 열리는 테이블 웨어 페스티벌과 4월에 열리는 아리타 도자기 축제에 빼놓지 않고 참석한다. 이것이 다향원에서 다양한 일본차와 다식을
맛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향원에서는 두 달에 한번씩 <사가랴 토시야기 차회>가 열린다. 이번 차회는 5월 17일에 있으며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차회의 사가랴 토시야기가 차회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는 일본 햇차를 마음껏 시음 해 볼 수 있는 다도시연이 매일 펼쳐지며 일본차인 3~5명이 초청되어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의 다도시연은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다도뿐만 아니라 다식과 다화 설명회도 열린다.
다향원을 4~5명이 함께 찾을 시 미리 전화 예약만 하면 일본설탕을 사용한 와삼봉 다식과 양갱 등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차를 마시고 다향원을 나올 때는 뒤뜰에 놓여진 크고 작은 항아리들을 꼭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 안에는 지난해 바닷가에서 따온 솔잎, 까만 빛깔만큼 향이 짙은 오디로 가득 차 있어 이곳의 깊은 차 맛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될 것이다.
장윤희 기자 bless_tree@naver.com
다향원 대구광역시 동구 중대동 529 T.053.984.6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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