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숙의 꽃
2. 7 ~ 2. 20 | 통인화랑
꽃이다. 꽃밭이 아니라 한 송이씩 따로 핀 꽃이다. 설령 두세 송이 모여있다 해도 차화숙의 꽃들은 무리짓지 않는다. 제각기 홀로 독자적으로 흔들린다. 혼자 흔들린다고 차화숙의 꽃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진 않다. 그녀의 꽃에는 희한하게 감성이 전혀 없다. 외롭되 견고하다. 아무 데도 기대기를 원치 않는다. 꽃이되 나무같이 의연하다. 일년 만에 줄기까지 시들어버리는 허약한 일년초가 아니다. 요컨대 차화숙의 꽃에는 쉽게 훼손되지 않을 절대성이 배어있다. 그렇다고 그녀의 꽃이 금속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광물질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분명 생생하게 살아있는 식물이고 빛깔은 애처롭도록 염염하지만 그녀의 꽃은 강인하다. 꽃 중에서도 사치한 품종의 플라워샵 용이 아니라 들녘에 불쑥 솟은 풀꽃 종류임이 분명한데 차화숙은 그런 꽃이 지닐 수밖에 없는 유한성을 가마 속에 넣고 뜨겁게 녹여버렸다.
물론 차화숙이 빚은 원재료는 흙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같은 크기의 꽃대를 도자기 가마에 넣고 구워낸 것으로 착각한다. 절정의 순간에서 수분만을 걷어낸 꽃이다.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뜨겁게 삼켜버린 꽃이다. 차화숙의 꽃이 전시된 통인화랑 전시장이 유난히 고요해진 이유를 나는 알 것 같다. 고열에 단련된 그녀의 꽃은 야물고 맑을 수밖에 없다. 건드리면 풍경소리라도 들릴 듯하다.
침착하고 말없고 견고한 꽃, 이전에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런 신개념 꽃들이 전시되는 계절은 천상 겨울이어야 한다. 통인화랑의 통찰력은 겨울의 한가운데, 음력 섣달과 정월의 언저리에다 차화숙을 불러낼 줄 알았다. 나는 번잡한 인사동 거리를 오가면서 야물고 맑은 기운이 서린 통인가게를 자꾸 넘겨다봤다. 자신이 그린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제 차화숙의 속깊고 말없는 성품을 생각했다.
실은 통인가게에서 차화숙의 접시를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 일이다 .그때 나는 분청 위에 상감된 다갈빛 꽃잎에 단숨에 반했었다. 바람에 오래 단련된 꽃잎이 저럴까 싶게 쓸쓸하고 담백한 꽃잎, 그건 이미 구상도 추상도 아니었다. 제법 비싼 그 접시를 망설이지 않고 두개 샀고 지난 10년간 나는 틈만 나면 접시 그림을 들여다봐왔다
그 그림엔 슬픔에서 감미를 빼낸 것 같은 유니크한 정서가 있었다. 울되 눈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의연한 격조를 나는 사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접시에 그려진 꽃잎을 들여다보는 동안 차화숙은 괄목 성장했다. 이젠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그녀의 작품을 넘볼 수 없을만큼 차화숙은 고품격 예술가가 되었고 진작 그녀를 알아본 나는 몹시 통쾌하다.
그녀의 도자기 작업은 회화와 도예의 시시한 구분을 뛰어넘는다. 흙으로 그린 꽃그림 앞에 서서 이번에는 바람소리를 듣는다. 풀이 눕고 꽃대가 휘어지고 꽃잎이 떨고 머리칼이 나부낀다.
차화숙의 이름 자에 꽃화花자가 들어간 건 이제 그녀의 운명이다. 그녀의 도자기 작업은 모든 속절없음과의 싸움이다. 찰나에 빛나는 것들을 잡아채어 차화숙은 우리 앞에 저렇게 전시한다. 전시기간 중 아네모네를 한묶음 사들고 통인화랑에 갔다가 나는 기어이 목격하고 말았다. 차화숙의 도자기 꽃 앞에서 살아있는 꽃 빛이 아연 창백해지는 것을. 앞으로도 차화숙은 세상 모든 꽃들을 제 방식대로 구워낼 것이다. 뜨겁게, 아프게, 정밀하게! 그녀의 눈에 포착된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는다. 글 | 김서령 칼럼리스트
봄이 오는집-spring coming house
1. 31 ~ 2. 6 | 통인화랑
4명의 도예작가와 5명의 금속작가가 지난 6일까지 통인화랑에서 <봄이 오는 집>전을 선보였다. 몇 차례 그룹 기획전으로 모인바 있는 이들은 <집>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다. 천차만별의 모양인 우리네 집 모양처럼 사용하는 재료와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각각 다르지만 다른 집들이 한 동네를 이루듯 서로 다른 그들의 작품들 또한 한동네를 이뤘다.
설 선물전
2. 9 ~ 2. 16 | 인사동 중앙
미술관
찻그릇과 다도구 전문 갤러리인 인사동 중앙미술관은 개관기념으로 <차묵 예술전>과 <2007 한국 묵향속의 멋>전시에 이어 5인의 도예가의 찻그릇 및 다도구전을 가졌다. 우리 고유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열린 이 전시에서는 다섯 작가의 찻그릇과 함께 향기로운 우리 녹차를 시음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이 전시에는 강화수, 김동진, 나기환, 이상욱, 이성근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명지전문대 도자제품 연구회<새롭게 되돌아 보기>전
2, 7 ~ 2. 13 | 공화랑
명지전문대학 도자제품연구회 10주년 기념으로 공화랑에서 전시를 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연구회에서 제작한 백자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동안의 연구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중요한 계기를 삼고자 마련했다는 이번 전시에는 10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도예가 이세용, 이영호가 초대작가로 참여했다.
이재은 개인전
1. 30 ~ 2. 3 | 일본 사쿠라 홀 갤러리
경희대 도예과와 동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하고 미국 Long Island University에서 도예를 공부한 이재은(대구예술대 교수)이 일본 사쿠라 홀 갤러리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화이트 표면에 코발트와 금 러스터로 점무늬를 표현한 그릇들을 선보였다.
성석진 <까치호랑이>전
2. 14 ~ 2. 27 | 아름다운 차 박물관
인사동 아름다운 차 박물관에서 지난 27일까지 성석진의 <까치호랑이>전이 열렸다. 서울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한 작가는 현재 서울예원학교 미술과 강사로 이번전시에서 까치 호랑이를 주제로 한 찻그릇들을 선보였다.
[B101]전
2. 21 ~ 2. 27 | 갤러리노마
이화여자대학교 도예과 학생들이 지난 21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노마에서 졸업전시회를 가졌다. “B101 그곳에 우리 열정이 하루씩 자라 조금 더 꿈에 다다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디지로그 바람을 비롯한 15점의 도예과 학생들의 작품이 선보였다.
몽상전
2. 9 ~ 2. 27 | 갤러리담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김주호와 강릉대와 이태리 까라라에서 조각을 전공한 한선현, 단국대와 동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최홍선이 지난 9일 <몽상전>를 가졌다. 김주호의 출품작으로는 패션쇼 풍경이 보여졌다. 재현적 형태와 비례나 색채, 사실적 입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 자체는 자유로움을 보여주었다. 동물의 세계가 곧 인간의 세계가 될 수도 있다는 한선현의 작업에서는 동물이라는 대체물로 통해서 인간세계를 거꾸로 바라다 볼 수 있었다. 최홍선의 ‘심상풍경’에서는 구체적이며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아닌 꿈결같이 지나가는 풍경으로 작가가 어렴풋이 보았던 것을 지그시 눈감고 보는 듯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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