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 Review
하두용 도예전
2006.8.18 - 2006.8.27 스페이스 함
넉넉함을 담은 형形의 예술
글 이경림 _ 스페이스 함 큐레이터
흔히 작가보다 작업을 먼저 대했을 때, 혹은 그 반대로 작가를 먼저 만나고 나서 작업을 보게 되는 경우…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연인을 그리워하듯 작가를, 혹은 작품을 오버랩하며 상상을 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지촌 하두용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그의 네 번째 개인전 일 때문이었다. 모든 장르의 예술작품들이 그러하겠지만, 도자예술 또한 온몸으로 질료와 하나 되는 노동의 예술이고, 마음의 예술이다. 전시문제 때문에 작가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도예가로서 40여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온몸과 마음으로 반복해온 그 ‘만듦’이 고스란히 그에게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그의 넉넉하면서 견고한 달항아리를 접하게 될 때 까지 나의 유별난 상상은 계속되었다.
하두용은 이번 네 번째 개인전에서 전승도예를 바탕으로 현대도예로 가는 과정의 전통도예를 작품화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전승도예를 작업화하는 작가의 고충도 짧은 몇 마디였지만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리산과 자신의 작업장이 위치한 남양주의 송촌리 주변을 담은 그의 항아리들은 자연의 넉넉함과 작가의 선선한 소박함이 담고 있다. 작업장의 훌쩍 열린 창으로 뵈는
진경을 그대로를 항아리에 담아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순함과 함께 그의 달항아리는 견고한 형形을 갖추고 있다. 어디 한 군데 빼고 보탬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의 항아리는 완숙한 형태를 갖추면서 그 속에 송촌리의 순백한 바람을 담고 있는 것이다. 타렴기법으로 제작한 분청사기 항아리에서도 풍성한 빛깔과 함께, 세밀한 노동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달항아리의 견고한 형태와 그 속에 담은 넉넉한 작가의 천성에서 40여년 가까이 작업해 온 작가의 치밀한 열정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치밀한 열정은 그에게 그의 달항아리를 상상 속에서 만나는 연인이 아니라, 하루하루 온 몸과 마음을 바쳐서 현실속의 연인으로 존재하게 해주었다.
앞으로 20여년은 더 도자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건강하게’라고 끝을 맺는 작가의 겸손한 말에서 송촌리의 순백한 바람 내음과 함께 그의 항아리의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