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淡談)정재효 김상만 2인전 2003. 4. 30 ~5. 6 통인화랑
생활속의 도예가와 사색하는 도예가
글/노경조 국민대학교 도예과 교수
생활속의 도예가 정 재 효
정재효는 경남 통도사가 있는 양산에 장작 가마를 마련하고 다관, 다기를 만든다. 그리고 ‘옛 그릇 연구회’를 함께하며 웅천, 보성, 언양 등 옛 도요지를 찾아보고 조선도자의 맛을 손끝으로 느끼며 가슴으로 표현하며, 흙과 생활하는 따뜻한 작가이다. 양산 대나무 밭 언덕의 가마에서 그릇을 꺼내고 그 찻잔에 차를 함께하며 부산의 ‘옛 그릇 연구회’회원의 집을 돌며 웅천 옛 사발에 말차를 대접 받았던 기억이 있다. 정재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행복한 도예가의 모습이구나 하고 느꼈던 그 기억이 얼마전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되살아났다. 그릇들을 통해 정재효의 삶을 일일이 설명할 순 없으나 그가 얼마나 도예가의 길을 스스로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전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의 길을 고행이나, 혹 수도자의 길처럼 수행이나 특별한 행위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인생은 그 자체가 누구에게나 소중한 삶이고 그 자체가 예술이 아닐까? 삶 자체의 모습으로…
나는 이 시대 도예가의 모습이 형식이나 혹은 너무 경이로운 대상이 아닌, 21세기 한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한 모습으로 보여지길 바란다.
잔잔한 대숲의 바람 속에서 익어가는 그릇, 그 그릇에 찬과 나물, 음식, 차, 어린아이의 성장하는 모습, 부인의 남편에 대한 서로의 예의와 존중, 그리고 일상적인 삶, 이것이 그 자체가 예술이고, 그 결과가 찻잔과 그릇이 아닐까? 오늘 이런 모습을 나는 정재효의 작품에서 느끼고 있고 또한 그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것 같다.
사색하는 도예가 김 상 만
사색하는 작가 김상만, 이렇게 설명하면 혹 그럼 생각하고 작업하지 아무 생각 없이 작업을 한단 말이냐 하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유독 김상만 하면 내겐 생각이 깊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올 정도로 생각이 깊은 작가로 기억된다.
김상만은 그의 논문에서 우리는 사회에 온기를 주는 많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평생 장터를 찾아다니며 쓰레기를 주어온 할아버지, 강원도 산골에 당장 소득 없는 나무 심는 일에 일생을 바쳐온 어느 산지기, 자신이 불편한 몸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애인을 돌보는 아주머니, 이렇듯 세상에 빛이 되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모든 생명체에 깃든 존엄성을 보고 그 존엄성을 가꾸는 일에 그들의 평생을 바치는 것이다.
본인은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이 우리 속에 내재된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고 소외에 대한 문제를 극복하는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이런 지극히 작아 보이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인간본연의 아름다움 희망, 이런 것이 김상만은 깊은 사색의 끝에 아주 편안하게 자신을 분장의 작품세계로 이끌어 들인 것 같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물레로 성형하여 이루어지는 흙과 물, 손에서 생기는 순간의 미묘한 표현을 하나의 화면으로 전개한 것이다. 그것은 회화적으로 각 흙판의 느낌을 입체적인 조형으로 김상만 특유의 감각으로 아주 엷게, 그리고 부드러움, 따뜻함으로 표현해냈다는 것이다.
마치 400여년 전 우리 옛 사기장의 21세기 현대의 모습으로 재현된 과거의 박제된 조형이 아닌, 옛 기법과 오늘의 문명을 조화시켜낸 가능성 있는 새로운 한국도자 작품인 것이다.
봄이라기엔 초여름에 펼쳐진 두 사람의 분청 작품세계 ‘淡談’, 담담하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보여준 각기 개성 있는 정말 좋은 전시회였다.
정재효 作
김상만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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