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리 통가마 충북 태안 도예가 양승호씨 운영
자신이 태어난 집 앞마당에 가마 묻고
콘테이너 설치해 마련한 작업공간
프랑스 미디어작가 방문 ‘내리’를 ‘Naori’로 표기해 ‘나오리’란 이름 붙여
60~90년대 서구서 왕성한 활동, 트임 이용한 오브제, 식기 만들어
장작가마에서 무유 도자기를 구워내는 ‘나오리 통가마’는 충남 태안에 자리하고 있다. 창을 통해 멀리 염전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서해바다가 내다보이는 이 요장은 도예가 양승호(49)씨가 자신이 태어난 집 앞마당에 가마를 묻고 콘테이너를 설치해 마련한 작업공간이다. 작업장을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야산이 가마를 묻기 좋은 경사를 제공하고 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어 이곳을 한결 아늑하게 한다.
‘나오리’라는 이름은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위치한 양승호씨의 요장에 프랑스의 한 미디어작가가 방문해 촬영을 하고 촬영테잎에 ‘Naeri’라고 적어야 할 것을 ‘Naori’라고 쓴데서 시작됐다. ‘나오리’라는 말이 ‘내리’보다 발음하기 편하고 (가마에서 기물이) ‘나온다’라는 의미와도 통해 그대로 쓰게 됐다. 이곳의 가마는 봉우리가 나눠져 있는 등요가 아닌 통가마 이다.
이 곳에는 요장 주인 양승호씨와 폴란드에서 온 도예가 마이클과 양승호씨의 대학 후배 김대웅씨가 양승호씨의 작업을 도우며 요장일을 배우고 있다. 양승호씨는 단국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81년 처음 영국에 건너가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83년 처음 선보인 트임자기가 영국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연구비가 지원돼 프랑스 중부의 도자기 마을 라본에 한 농가를 사들여 장작 가마를 묻고 작업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스위스 베른 지방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한국에는 지난 2000년도에 작업장을 마련했다. 이렇게 한국과 프랑스, 스위스를 오가며 트임을 이용한 오브제와 식기류를 만든다. 나오리 통가마는 충남 태안에 위치해 있고 프랑스와 스위스에도 있다.
2/20 대전 타임월드 전시, 4/7 스위스 전시
5월 청주 한국공예관, 7월 초 프랑스 전시로 분주
기자가 태안을 찾았을 때는 2월 20일에 대전 타임월드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를 앞두고 있어서 한창 분주했다. 양승호씨가 유럽에 있을 때부터 작업해온 표면이 갈라진 항아리들과 오브제 외에도 ‘나오리 생활자기’를 준비하느라 물레를 돌리는 손길이 바쁘다. 물레로 빚은 것들도 최소한의 손길로 완성된 것들로 전을 다듬거나 굽을 깎는데 공을 들이지 않고 단번에 빚어낸다. 사발이나 찻잔은 굽을 깎기도 하지만 머그나 화병, 접시 등은 번조후에도 흙물 묻은 손에서 방금 미끄러져 나온 듯 자연스럽다. 이 밖에도 오는 4월 7일에 스위스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5월 청주 한국공예관, 7월초 프랑스에서의 전시가 계획돼 있다.
길이 5미터 통가마
기물 재임할 때 일일이 도침 만들고
재임 일주일, 불때기 일주일,
꺼내어 정리하기까지 한달
이곳에서 만든 그릇들은 유약을 바른것이나 바르지 않은 것이나 모두 초벌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구이를 하는 단벌 소성이다. 무유로 소성해도 가마안에서 날리는 소나무재와 연기 등으로 자연스럽게 옷이 입혀진다. 바닷가에 버려져 오랫동안 소금기에 절어있던 나무를 태우거나 불이 올라가는 앞쪽에 소금 그릇을 두어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번조된 도자기들은 재가 많이 앉은 쪽은 광택이 나고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 쪽은 거칠게 완성된다. “제가 하는 일은 만들어서 가마에 쌓는 일입니다. 나머지는 불이 다하지요.” 쉽게 던지는 말이지만 길이가 5미터가 넘는 폭이 넓은 통가마에 기물을 재임할 때면 서로 붙지 않도록 일일이 도침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골고루 불이 닿도록 쌓아야 한다. 불을 한번 때려면 재임만 일주일이 걸리고 불이 일주일이 걸린다. 식히고 꺼내서 정리하기까지 꼬박 한달이 걸리는 작업이다. 큰 가마 곁에는 아담한 실험용가마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새로운 변화들을 실험하곤 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생활도자기들은 머그나 찻잔, 접시 같은 작은 것들은 1만~7만원 선이고 사발이 10만원~15만원 선이다. 다른 곳에 납품하지는 않고 전시를 통해서만 판매된다. 양승호씨가 한국에 터를 잡고 시도한 분재와 도자 오브제의 접목은 자연과 하나된 도예를 상징한다. 오브제의 갈라진 틈에 뿌리를 내린 작은 풍란이 3년째 잘 자라고 있다.
양승호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럽에 가기 전부터 장작가마에 매력을 느껴 이천지역의 가마를 빌려 작업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작업장은 매해 여름 친분 있는 작가들을 초대해 함께 워크숍 형식의 캠프를 마련한다. 지난 2001년에는 그곳에 있던 큰 창고를 비워 소극장으로 꾸미고 가마에서 기물이 번조되는 동안은 함께 명상, 수련을 하고, 한국 전통무용과 퍼포먼스 등을 선보였다. “스위스의 작업장은 산악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작업하기에 좋은 곳이고 프랑스는 여러 친구들이 모이기 좋은 곳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족들이 곁에 있어 작업과 생활이 하나가 되는 곳입니다.”
장작가마 작업은 뭔가 이루어내겠다는 욕심보다 수련의 도구이고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여겨
양승호씨는 “장작가마 작업을 통해 뭔가를 이뤄내겠다는 욕심보다는 수련의 도구이고 깨달아 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불과 사람이 더불어 하는 일이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련해 가는 과정입니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장작가마 작업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쉽게 접근했다가 쉽게 그만두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데 기왕 시작한 일이면 뭐든 확실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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