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굵기 백만분의 일 ‘양자거리’ 측정 성공
- 양자컴퓨팅, 양자 감지(센싱) 등 다양한 양자기술에 적용 기대
양자거리 측정 개념도. (자료제공: 과기정통부)
양자거리 측정 실험 데이터. (자료제공: 과기정통부)
머리카락 굵기의 백만분의 일,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의 거리를 수치화해 측정할 수 있는 ‘양자거리’ 측정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 이하 ‘과기정통부’)는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양범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 측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자거리란 미시세계(머리카락 굵기의 백만분의 일 수준으로 원자만큼 작은 세계. 과학자들은 미시세계에서 입자의 운동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함) 입자들 간의 양자역학적 유사성, 즉 ‘얼마나 닮았는가?’를 수치로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두 입자가 완전히 똑같은 양자 상태일 때 최솟값 0, 완전히 다르면 최댓값 1이 되는데, 양자 컴퓨팅과 양자 감지(센싱) 분야에서 양자 연산의 정확도 평가와 상태변화 추적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로 여겨진다.
또한, 최근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는 물질의 기본 성질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초전도와 같은 난해한 물리 현상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이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고체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간접적으로 측정한 사례만 보고되었을 뿐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고체 속 전자의 양자 거리를 직접적이고 완전하게 측정한 이번 연구 성과는 양범정 교수의 이론그룹과 김근수 교수의 실험그룹이 각각 5~10년 동안 꾸준히 발전시켜 온 전문성을 토대로 이론그룹과 실험그룹의 긴밀한 협력 연구 끝에 창출해 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양범정 교수 연구팀은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협력하여 양자거리를 근사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네이처 피직스지(Nature Physics)에 게재하는 등 이론 연구에 대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ARPES, 물질에 빛을 조사할 때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하는 실험 기법)과 흑린에 대한 실험 연구 결과를 ’24년도에 네이처지(Nature)에 게재한 바 있다.
공동 연구팀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인 흑린에 주목하고 연구를 고도화 시켜나갔다. 먼저, 이론그룹인 양범정 교수 연구팀은 흑린의 단순한 조성과 대칭 구조로 인해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phase difference, 파장이 동일한 두 파동의 최댓값 사이의 위치 간격. 미시 세계의 입자는 파동적 성질을 갖기 때문에 전자 파동의 경우에도 위상차가 존재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실험그룹인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에서 편광된 빛을 이용하면 전자 간 위상차에 따라 검출 신호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하여, 흑린 속 전자의 위상차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해 양자거리를 정밀하게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김근수 교수와 양범정 교수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수인 것처럼, 오류없이 정확하게 동작하는 양자 기술 개발에도 정확한 양자거리 측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양자 컴퓨팅, 양자 감지(센싱)와 같은 다양한 양자 기술 전반에 기초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6월 6일 게재됐다.
<자세한 내용은 7월 1일 발행하는 세라믹코리아 2025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 전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Ceramic Korea (세라믹뉴스)=이광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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