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好)·호(昊)·호(壺)
글/최성재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교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던 8월의 인사동에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젊고 신선한 기획전이 있었다.
〈호·호·호〉는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의 2002년 전시기획 공모에 당선된 전시로서 젊은 기획자 김문정, 김진아, 박수아 3인에 의해 기획, 전시되었다. 이들은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예술기획과 예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로서 전문적 도예평론과 기획이 부재한 우리의 도예계 현실에 도예를 전공한 학생들이 기획의 주체가 되어 도예자체의 특성을 고려한 기획으로서 그 의의가 있으며 새로운 전시 기획의 발상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좋을 호(好), 하늘 호(昊), 항아리 호(壺)의 호·호·호는 도예가들이 제작한 뼈 항아리(骨壺) 전시로서 일상에서 터부시 되어오던 골호의 죽음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은유와 재치로서 유연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 전시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화장(火葬)문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안에서 새로운 납골당식 장례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도예의 사회참여를 표방하며 골호의 기능성과 예술성을 다시금 확인하여 도예와 화장문화의 파급에 목적을 두고자 하는 야심찬 기획 전시였다.
이러한 골호는 불교문화의 전래이후 화장(火葬)이 보급되면서 만들어졌다. 골호는 삼국시대 말 7세기 경에 부여와 경주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통일 신라 때 가장 성행하다 고려시대 이후 유교가 들어오면서부터 매장을 하고 봉분을 쌓는 묘(墓)를 만들면서 점차 사라져 현재까지도 산야의 많은 부분을 묘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매년 여의도 면적의 몇 배에 달하는 아름다운 국토가 묘지로 전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획자들은 다음과 같은 골호의 지향점을 제시하였다.
‘첫째,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다. 골호의 형태, 색상, 장식등에 있어 기존의 단순 형식을 탈피하여 작가 개개인의 조형적 특성을 담아내는 자유분방한 형태와 표면 장식기법으로 현대적 미감을 지닌 새로운 형식의 골호를 보여준다. 둘째, 전통적 용기로서의 기능에서 벗어난다. 고인의 뼈 가루를 담는 고유의 기능 이외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는다. 이는 죽음이라는 상징체계를 이용하여 사회적 부조리와 모순등을 비판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또는 사후 영원히 살아갈 집이라는 의미로서 선물 내지는 헌정하는 모습으로 보여 질수 있다.’
골호는 예술 안에서 새로운 작품표현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며 사후세계의 상징적 안식처로서 친근하며 긍정적인 의미로서 작가 개개인의 사유가 존중된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제시되었다. 이로써 도예의 장례문화에 대한 기여와 사회성 획득 시장성과 예술성, 표현 영역의 확장에도 의미를 두었다.
본 전시에 초대된 강경연, 김경미, 김대훈, 김생화, 김성연, 김정선, 박기열, 손창귀, 여경란, 이경주, 이명순, 이종익, 이진복, 이화준, 임윤선, 최남길 등 16명의 작가들 역시 골호라는 생경한 주제를 진지한 토론과 연구의 결과로 기획자의 기획 의도에 부합하도록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했다. 이러한 작가들의 혼신을 다하는 다양한 표현의 모색은 침체의 늪에 빠진 도예계의 분위기를 일신 하는데도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전시가 도예기획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과 도예와 예술의 사회참여에 대한 방향의 제시 및 골호의 다양한 개발이 도예시장의 확장과 장례문화의 변화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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