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화선 개인전 2003. 1. 3 ~ 1. 16 타임월드갤러리
사각 속의 행복
글/윤민희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강사, 조형예술학 박사
여화선의 제4회 개인전은 과거의 조형적인 작업 경향에서 본질적인 공예성의 쓰임새에 충실한 작업을 시도한 전시였다. 제 3회까지의 전시가 도조(陶彫) 및 설치작업을 중심으로 작업하였다면 올해의 전시는 그러한 조형작업의 연장선상에서 테이블, 콘솔 등으로 실내공간의 쓰임새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각 속의 행복’이라는 주제의 여화선의 작업은 우리에게 묘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의 작업은 도자공예에 대한 상식이 없다하더라도 바라보는 순간,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묘한 흡인력이 있다. 시선이 와 닿음과 함께 한 번쯤 작품을 만지고 싶은 촉각을 자극한다. 아마 그것은 그의 작업의 영롱한 색채에서 내뿜는 기운일 것이다. 이와 같이 투명하고 다양한 원색들은 우리에게 무한한 생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같다.
그의 최근 작업의 특징은 재질과 작업 경향의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여화선은 조형작업뿐만 아니라 그것의 생활 공간에서의 실용성을 시도하였다. 특히 실내 공간에서의 사용가능성을 시도한 점은 현대 디자인 경향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품적인 수공예적인 특성과 함께 최고의 디자인적인 측면인 오트 꾸티르(Haute couture)의 양면성의 시도는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또한 재질의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도자공예에 천착되어온 재질인 흙과 함께 유리재료를 접목하여 퓨전적인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흙과 유리라는 재료의 상이성의 시너지를 활용하여 흙의 재질이 가지고 있는 불투명성과 유리의 투명성을 접목하여 또 다른 작업세계를 시도한 측면은 재질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조형적 표현의 다양성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사각형의 단위 형태(unit)의 반복과 그것의 공간 구성에 따른 리듬감으로 일련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각 각의 사각형의 단위 형태에 다시 정사각형으로 홈을 파서 2중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표현한 모티브는 외적인 형태에서는 언 듯 보기에는 20세기 초반의 러시아의 말레비치의 초극주의적인 형상과 같은 차갑고 절제된 작업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의 사각형의 단위 형태는 모서리가 각진 서양의 하드 에지(Hard Edge)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소성과정에서 유리의 유약 성분이 가장자리로 번짐으로써 사각형의 형상 속에 또 하나의 곡선적인 유연성을 표출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형상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자칫하면 차갑고 단조로움에 머무르기 쉬운 사각형의 형상에 다양한 유리를 사용하여 일종의 채색의 효과를 줌으로써 색채의 아름다움, 특히 유리의 색채가 가져다주는 영롱한 아름다움을 나타냄으로 생동감과 생명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전 과정이 여성 특유의 섬세한 수(手)작업에 의하여 여러 번의 소성과정에 의해 제작된 그의 작업은 생활공간에서 정겨운 오브제로써 실용성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시적 감수성과 작업의 섬세함을 통하여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갖고 싶은 일상의 생활공예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여화선의 작업에서 실용성과 심미성을 겸비한 실내환경과의 접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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