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장작가마 그릇展 2002. 10. 16 ~ 10. 22 통인화랑
이태호의 장작가마 그릇展
글/홍선자 토아트 갤러리 큐레이터
화창한 가을오후 기분좋은 바람에 몸을 맡기며 이태호의 전시장을 찾아나섰다. 가을빛에 한창 취해있던 탓인지 한눈에 들어온 전시장은 마치 잘 익은 가을 숲 같다.
숲길 입구에는 빨간 열매를 머금고 있는 화기가 오는 이를 반긴다. '장작가마 그릇전' 타이틀에 걸맞게 전시장에는 따스해 보이는 기(器)들로 가득하다.
투박스럽지만 나름대로 건실해 보이는 화병은 흙에서 방금 쏟구쳐 나온 듯이 살아있는 느낌이며, 또 가마속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발그스레 달아오른 다기세트는 마음이 정화되는듯하다. 흙의 순수한 성질을 그대로 반영한 끝매무새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소박하여 그것들에 잘 우러난 차 한잔 했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바라보고 있노라니 자꾸만 무언가가 담고 싶어진다. 들꽃도, 맑은 차도,. 마음까지 말이다. 또한 그는 그릇들 외에도 벅수와 민불같은 도자인형에 공을 들였다. 익살스럽고 재미난 표정부터 어찌보면 무섭고 괴기한 얼굴까지… 저마다 특색있는 모습들이다. 이런 수만가지의 형상이 그의 구미를 당겼고, 작가는 이를 더욱 친근감있게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특별히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멋스럽고 세련미가 느껴지는 것은 우리 정서를 자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태호는 도예계 입문 5년차인 신인작가이다. 타 작가와 견주어 볼 때 그는 작업 색깔을 너무나 빨리, 그리고 아주 적절하게 찾아냈다. 흙작업 2년만에 장작가마에 매료되어 손수 가마를 지었으며, 좋은 땔감을 찾아 산에 오르기를 수차례하였다. 이런 열정과 노력들이 그의 흙작업을 승승장구하게 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의 전직은 좀 독특하다. 일전에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했었다. 습관적이던 사물의 관찰력과 집중력은 현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토해내는 것이 좀 더 다양하고 조형적인 하나의 사물로 탄생할 뿐이지 그가 표출하고픈 예술성과 작가의 의도는 전의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매개체가 연필과 종이에서 흙으로 바뀌었을뿐이다.
그의 작업노트에서 보면 <‘재순환(recycling)' - 가능한 한 쉽게 즐기기, 나는 복잡한 것이 싫다. 늘상 내 말은 단답형이며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것들 또한 단순한 일상의 잡기들이며 그것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단순화된 일상 -그는 이 생활을 자연으로 재순환시키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다.
암석은 풍화 퇴적을 거쳐 흙이 되고,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흙은 가능성의 세계이며,지구상의 생물들이 자라게 하는 모체이다.나무는 불을 생하고,불은 흙을 생하고,흙은 쇠를 생하고,쇠는 물을 생하며,물은 나무를 생한다.그는 이 주기를 좁는 하나의 아주 작은 존재일 뿐이며,언젠가는 재순환 과정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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