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순 도예전
2005.9.6 - 2005.9.30 통인화랑 뉴욕갤러리
천사의 미학
글 최병길 _ 철학박사, 원광대학교 교수
도예 작가인 이명순은 최근의 작품들을 통해 천사의 비가시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필자는 그것을 ‘천사의 미학’으로 칭하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천사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으며, 가까운 친구들을 위한 노래도 생각하는 등 작가 자신의 의인화된 존재이다. 그러나 현대의 산업화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정신성의 상실이나 부족이라는 바로 그러한 문맥 속에서 이러한 천사는 또한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인 문제들 때문에 심각하게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천국의 신성하고 초월적인 형상을 이식하는 사회적인 메신저로 간주되고 있기도 하다.
이명순은 순수하고 청순한 이성뿐만 아니라 직선적이고 자유로운 감성도 가지고 있는 아동처럼 어떤 구속없이 놀거나 춤추는 천사의 미를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작품의 형태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매우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즉, 상부의 형태는 작품의 윤곽선을 따라 원의 궤적을 그리는 과정에서 급작스러운 상승과 하강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그것들은 율동적이며, 아동의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내면적인 에너지를 야기한다. 그러나 동체와 다리의 형태는 전자와는 매우 다르며, 수직성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닮고 있다. 따라서 전자가 작가의 주관주의적, 내면적 표현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객관주의적 형식주의에 입각한 표현인 셈이다.
특히 이명순의 최근 도예 작품에서 독특하게 혼합, 시유, 소성된 유약들은 현대 추상회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마블링 효과를 연상하게 만든다. 따라서 그의 도예작품은 도예가 갖는 공예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회화의 특성도 가미하고 있는 독특한 취향의 것이다. 그가 그러한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연유는 바로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 도예의 선구자인 볼커스의 제작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의 상부 형태는 그 미술사조의 대표적인 특성인 ‘즉각성spontaneity’을 충분히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마치 작가의 제스처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식의 자동기술automatism적 표현으로 간주된다. 판형의 점토 조각들을 붙여가면서 이미지를 축적해가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점토 덩어리를 붙인 다음에 속을 파내는 등, 기존의 물레 성형은 이미 그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한계에 도달했음을 입증한다. 따라서 그 형태는 마치 살아 있는 작가의 생명의 리듬처럼 생동감이 있고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러움이 듬뿍 배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내면세계의 흐름에 주목하고 그것의 이미지를 표현하려는 시도는 모더니즘 이후의 사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거니와 특히 80년대 이후에 등장하는 다원주의의 영향으로 인하여 파생된 작가의 내면의식의 충실한 반영은 그의 도예작품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그의 도예작품은 형태와 색채에서 뿐만 아니라 의미와 가치에서도 전통적인 속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말하자면 그릇의 기능성을 최대한 강조하였던 종래의 도예 전통은 이미 무너져 버렸으며, 그의 도예는 회화적인 독창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국내의 현대도예의 지평을 새롭게 전개할 수 있는 수준의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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