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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탐구로부터 비롯되는 공예의 본질
  • 편집부
  • 등록 2005-07-24 02: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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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재은 _ 대구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리빙크래프트 디자인전공 교수 인생에 있어서 행복했던 시절을 지금 이 시점에서 꼽는다는 것이 어쩌면 섣부른 일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87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4년여간을 항상 새로움에 목마른 작업을 놓지 못하고 이어가면서 적잖이 불만스러움으로 가득했던 것을 기억한다. 80년 초반의 한국 현대도예는 전통이라 말하기에는 부족했으며 현대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이른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의 주된 경향은 물레성형으로 대변되는 일반적 공예교육이 주된 것이었다. 그런데 젊은 나에게는 새롭게 시작된 여러 공모전들의 성향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조형성이 강조된 말 그대로의 현대도예가 더욱 관심사였다. 당시의 많은 새로운 도예가들처럼 내게도 ‘무엇을 만들 것인가?, 무엇을 생각하는가?’, ‘나는 어떤 방향으로 작품 활동을 해야 할까?’하는 근본적 물음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다. 이런 나의 고민이 내비쳐졌음이었던지 작고하시기 몇 해를 두고 수차례의 방미를 가졌던 스승이신 ‘강수화’ 교수님께선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도판작업과 사람형상의 도조작업을 하시며 내게도 “새로운 경험과 폭넓은 사고를 위해 연구하라”며 유학을 권유하셨다. 당시 31살의 나이에 유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나의 작품세계와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컸음을 익히 알았던 가족과 주변의 이해와 도움으로 유학을 결정했다. 당시 모교인 경희대와 유대가 깊었던 미국의 롱아일랜드 대학으로 유학길을 떠났던 나는 서구 미술의 중심인 뉴욕으로 가게된 것에 무척이나 고무됐었던 것 같다. 큰 기대로 넘어간 뉴욕은 역시나 나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의 미술 전반에 대한 볼거리와 호기심을 충족시켰던 뉴욕은 조형에 관한 탐구와 작품의 스케일, 전시의 형식, 작품의 소재 등을 망라하여 내가 품었던 갈증들을 일거에 해소해 주었다. 뉴욕에서 보낸 4년 반 정도의 시간은 내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임에 틀림없었고 그 행복은 늘 부족하게 느꼈던 작가로서의 고민을 덜어 주었다. 뉴욕의 마천루와 맨하탄 5번가로부터 놓여진 어느 조각가의 환경조형 설치물은 내게는 충격이었으며 강한 인상이었다. 이러한 인상은 유학시절 내내 나의 작품 소재로 등장했고 학위 취득 후 뉴욕의 Hillwood Art Museum에서 가졌던 첫 번째 개인전에서 로서의 도예전시를 열게끔 했다. 이 전시에서 나는 새로움으로 펼쳐진 뉴욕의 도시 이미지들을 주제로 모뉴멘트 위주의 도조작업을 선보였었다. 1995년에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나는 경희대와 상명대 등의 시간 강사를 하며 환경도자 조형물과 설치작업을 펼쳐보자고 하였으나 한국의 현실은 아직 그러한 경향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의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눈에 내 바람은 너무나 원대한 것이었다. 오히려 옛 것에만 국한된 도예에 관한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현대 도예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성장하는 세대로부터라도 제대로 도예에 관한 견해를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97년 대구예술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공예의 본질”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명의 작가가 작품의 기틀을 잡거나 작품의 태도를 갖게 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과 계기들을 통해서 형성된다. 새로움을 쫓아 유학을 하고 경험하고 익혔던 새로움을 나누는 것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였으며 현재도 항상 관심의 중앙에 위치한다. 나의 작품들로부터 나타나는 현상들은 다분히 일상적이다. 바로 새로운 시각경험, 익숙함에서 비롯된 반성, 일상으로부터의 시각 교정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일상의 친숙한 소품들 - 그것들은 각각 기능에 따른 명칭을 갖고 있고 구조적 특성에 따라 감상자들이 지나치게 익숙하게도 그것의 명칭을 파악할 수 있는 - 을 주요 모티브로 각 물체들은 이러저러해야한다는 고정된 편견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이도록 짜여 있기에 더욱 그렇다. 라쿠번조로 만들어진 주전자들로 집합된 ’99년 대구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은 나의 <기미학器美學>을 바로 보여주는 전시였다. 나에게 있어 ‘기능은 조형한다’는 오토 바그너Otto Wagner의 말은 더 이상 견고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최고가 아닌 최선의 기능에 따라 자유로워진 형태를 갖게 된 나의 주전자들은 다양성을 함의한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기능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으로 내가 주목하는 기능은 ‘감상의 기능’이다, 내가 여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정화되고 박제화되는 형태에 대한 대중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기능은 만든 자와 쓰는 자에게 전혀 새로운 의사소통의 체계가 되고 이 때문에 새로운 시각경험이 일어나게 되고 일상으로부터 비롯되어 공예의 본질에 접근하게끔 이끈다. 금년 경인 미술관에서 세 번째로 갖게 된 전시도 또한 그렇거니와 ‘화기’를 소재로 기의 조형미를 탐구하게 되었다. 이렇게 주전자, 화기, 접시, 컵 등의 일상소재를 모티브로 삼아 대중이 친숙한 소재로 하여금 ‘구조적 형식’에 변화와 새로움을 부여해 조형에 바로 근접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작품을 하는 이들에겐 공통의 고민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어떻게 새로움을 추구할 것이며 이것이 어떻게 대중에게 읽혀질까라는 고민이 그것이다. ’90년대 초 뉴욕의 봄이 내게 주었던 문화적 충격이 나의 기대감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안겨주었듯 새로움을 즐거움으로 만들려는 시도들은 여전히 나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작가약력 경희대학교 도예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미국 롱아일랜드대학교 대학원 도예전공 졸업 개인전 3회(뉴욕, 대구, 서울) 및 단체·초대전 150여회 / 국제도예대전 초대작가·운영·심사위원 국제 라쿠심포지움 초대작가 / 목포 국제도예공모전 초대작가·운영·심사위원 2001세계도예 EXPO 동양도자전 초대·Workshop작가 2005 Asia Cermic Network / 한국미술협회, 학국현대도예가회, 한국공예가협회, 한국공예학회, 한국도자학회, 대구도예가회, 경희도예가회 회원 현, 대구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리빙크래프트 디자인 전공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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