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건축물의 아름다움 널리 알리고자
도면에 의해 축소한 정확한 건축물 도자 미니어처
우리 전통 건축물들은 대다수가 목조건물로 영구성을 보장할 수 없다. 아무리 잘 보전한다고해도 언젠가 유실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우리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보전하기 위해 세라믹으로 재탄생시킨 건축가가 있다. 건축물 도자미니어처 개발업체인 예인젤아트의 운영자 양해윤씨는 건축가로서 자신의 인생에 기념비적인 일을 하고자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미약한 가능성으로 시작한 도자미니어처사업
수원화성으로 3년만에 결실
40여년간 건축가로 일해온 양해윤씨는 80년대 중반 한국건축가협회 역사분과 부위원장 직을 맡게 되었고, 이 협회활동으로 고건축물을 답사하며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우리 건축물들은 보면 볼수록 정드는 깊은 맛이 있습니다. 이 아름다움을 보다 가까이에서 더 쉽게 감상하고 오래도록 보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 일에 대한 건축가로서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미니어처를 제작하기에 더 편리한 재료들과 전문화된 기계들이 아닌 도자로 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인연에 기인한다. 친구를 따라 한 도예가의 작업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그곳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흙을 주물러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만들었고, 그 도예가가 그것을 구워주었다. 그저 소소한 경험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흙으로 미니어처건축물을 만들 수 있겠다는 미약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처음 미니어처 작업을 시작한 건축물은 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이었다. 도예과를 갓 졸업한 젊은 직원과 함께 여러 도예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수차례의 실험을 거듭했다. 3년여의 연구와 실험 끝에 수원 화성 청자미니어처를 개발 생산하게 되었고 이어 백자와 토기질로도 제작했다. 실제성벽의 길이 5,733m의 수원 화성이 사방 30cm 정도의 공간에 펼쳐지게 됐다. 이 수원 화성 미니어처는 2001경기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60여가지의 아이템 해외건축물 개발 중
지금까지 꾸준히 문화유산과 고가古家를 미니처처로 제작해 현재 60여개의 아이템을 개발했으며 한국의 건축물 이후에 외국의 유명 건축물도 미니어처로 제작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컬렉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 건축가의 집념으로 경복궁의 근정전도, 부석사를 품고 있는 봉황산도, 남대문과 동대문도, 도자 미니어처로 재탄생돼 손 안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예인젤아트의 미니어처건축물들은 설계도에 의한 정확한 축소비율을 적용해 문화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물론이고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따뜻한 느낌의 도자 미니어처
국가적 문화상품으로 성장하길 기대
“컴퓨터 금형으로 제작한 금속 미니어처들은 도자로 제작한 것들보다는 정교하지만 우리 고건축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지 못합니다. 반면 흙으로 만든 미니어처는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도자제작기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날카롭게 각이 선 부분들의 유약이 그을리기도 하고, 너무 두껍게 시유하면 건축물의 단단한 느낌이 없이 뭉뚝해지는 등의 실패를 겪었다. 집을 짓듯이 도면을 토대로 축소비율을 정해 모델링 작업을 하지만 한옥은 완벽한 대칭도 아니고 정확한 비례의 곡선도 아닌 자연에서 나온 곡선이어서 재현에 어려움이 많았다.
석고틀의 원형을 제작하는 것도 원형전문가가 한 것은 건축가의 시각으로 보기엔 재현작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 근래에 시도한 토기의 기법은 신라토기의 시유하지 않은 잿빛으로 건축물을 날카로움과 흙의 부드러움을 모두 잘 살려주고 있어 스스로 만족스럽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습니다. 해놓은 것보다는 앞으로 해야될 과제들이 더 많지만 제가 시작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야드로처럼 대를 이어가며, 언젠가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예인젤아트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89-5 센추리1 오피스텔 510호
전화 : 02)566-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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