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탁인학 _ 한울도자기 대표
도자기를 산업이란 말로 불리게 만든 것은 증기기관의 발명이 가져온 영국의 산업혁명이다. 그로인해 특권층과 부유층의 식탁에서 내려온 도자기는 일반 대중의 그릇으로 영역을 넓히게 되었으며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현재 하나의 산업으로 그 자리를 굳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근대 개화기를 거치면서 차츰 성장해 온 산업도자는 60년대 국가의 10대 산업으로 꼽힐 만큼 성장 했으며 현재 연간매출 1조 6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가 되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기로 한다.
첫째, 전문적인 지식과 기능을 교육하는 고등교육기관의 부재이다.
현재도 물론 많은 대학에서 도예교육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작가에 의한, 작가를 위한, 작가가 되기 위한 교육 일색이기에 생산을 위한 전문적 지식이나 기능보다는 감성과 예술적 표현의 교육에 치우쳐 실질적인 산업현장에 접했을 때는 작은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된 것이 학생들의 책임이라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을 그렇게 가르친 사람들도 엔지니어가 아닌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능을 교육하는 고등교육기관의 교수진은 반드시 최고의 기능과 지식을 겸비한 엔지니어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생산현장 적응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장의 훌륭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재원의 양성소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왜곡된 시각의 교정이 필요하다.
도자기를 편의상 나누어 보면 전승도자와 현대도자로 분류할 수 있고 현대도자는 다시 예술도자와 산업도자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도자산업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도자(예를 들면 식기, 타일 벽돌 등)는 전승도자와 예술도자에 비해 소외시 되는 반면 대학 교육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예술도자는 집중 조명을 받게 되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물론 예술도자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나 도예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려놓은 점은 크게 칭찬받을 만한 일이나 현대 도예의 이러한 편견의 시각은 산업도자에 종사하는 종사자나 앞으로 산업도자를 전공하려는 차세대 인력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2년마다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 역시 예술도자와 공예품 전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 버리지는 않을지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산업도자에 종사하는 종사자 역시 대한민국의 도예계를 짊어지고 있는 한 축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작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나 지방행정자치단체의 행정적 서비스의 부재다.
몇몇 거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소규모로 산업전선에 임하는 요장들은 판매와 마케팅, 영업과 규제와 각종 세무관계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능력이 없다. 실제로 자금난에 경영이 어려운 지경이어도 정부의 자금지원의 혜택을 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지원혜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분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좀 더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며, 각종 규제와 환경보호 명목의 압력 또한 소규모 사업자들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과 규제를 동시에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지역적으로 특화되어진 산업이 된 산업도자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직접적인 세원임에도 별다른 지원책이 실시된 적이 없다. 어느 지역에서는 지역특화 쌀을 홍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직접 큰 도시의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를 찾아 홍보를 하는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도자기는 아직 그런 예가 없다. 지역의 실질적 세원인 영세도자업체들의 마케팅 전략과 판로를 구축하고 수출과 내수 시장의 확대를 모색하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넷째, 관광 상품으로서 산업도자의 개발이 필요하다.
21세기 산업 컨텐츠 중의 하나는 문화이다. 단순히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소극적 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의 도자산업을 관광의 명소가 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내의 도예촌 또는 도자기 고장을 다녀 보면 이러한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을 찾아가지 않을 것이라면, 사람이 찾아오도록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가 가득한 테마 타운을 조성한다면, 이 또한 하나의 경쟁력 있는 관광산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일 또한 문화관광부 등의 정부부처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여주나 이천 등에 철저히 계획된 즐거운 도자기 타운이 생겨 각급학교나 단체의 견학을 유치하며 좀 더 도자기를 알리고 친밀하게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밖에도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역량 있는 디자이너의 절대 부족과, 디자이너의 멋진 디자인을 실현해 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는 기계 공학도의 연계도 부족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기계를 잘 다룰 수 있는 전문 기능인도 부족하고, 완성된 제품을 제 값 받고 판매할 판로의 구축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이 말은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은 분야가 산업도자라는 말이며, 이 일들이 단순한 도자기 제작의 차원이 아닌 국가의 정책적인 산업으로 개발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예계에 종사하는 전 도예인들도 예술과 공예에 치우친 시각을 조금만 교정해서 너무나 낙후되어있는 산업도자에 시선을 주어야 한다. 우리가 더욱 애정을 갖고 산업도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국적이 불분명한 공허한 도예가 아니라 고려시대의 청자나, 조선시대의 백자, 분청처럼 진정한 이시대의 현대 도자기를 남겨주어야 하는 공예가로서의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약력
여주출생
현 한울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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