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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분청>전
  • 편집부
  • 등록 2005-02-13 00: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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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5 - 2004.12.21 평화화랑 오지에서 만나는 감동 글 오순학 _ 예술학 김상기의 작품에는 자연이 있다. 여유가 보인다. 자유로움이 보인다. 분청인생 25년인 그의 연륜 탓일까? 그의 사람됨 때문일까? 메인데도 꺾인데도 없어 보인다. 그냥 그렇게 그것이 자연이고 또 우연이고 필연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보는 이를 느긋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또 어느새 어디론가 이끌려 뛰어다니게 한다. 한참을 이끌린 후에 돌아와 보면 나는 인간의 생태적인 자연스러움에 안착되어있는 스스로를 깨닫는다. 그의 작품세계는 두 가지 사유를 유도한다. 첫째는, 그의 작업형태와 표현 양상은 노자의 ‘도는 자연을 모방한다〔도법자연道法自然〕’는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흘러내린 분청을 그대로 멈춰 굳힌, 즉 흐르는 시간이 멈추는 순간을 자신의 회화성의 요소로 삼은 것에서 드러나는 우연성과, 우연성의 시간을 자연성에 기댄 작업행위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자연성’이나 ‘우연성’같은 용어들이 비로소 물질성으로 제대로 현현되었다고 보겠기에 〔도법자연道法自然〕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흐르고, 갈라지고, 터지고, 두터운 표면에서 언뜻 맑은 하늘같이 보이는 공간은 호수가 되어 선묘된 물고기 한 마리가 재미나게 놀고 있다. 이것이 그의 작업에서 말하는 우연성의 백미가 아닌가 생각된다. 제 스스로, 기다림을 깊이 쌓아 만든 형태에 우연한 손짓이 간단히 더해져 처음의 우연이 비로소 작가의 회화적 필연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 말이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 각각의 형태는 정형화된 듯하면서도 모두 제각각의 표정으로 서로 다른 말들을 하고 있어 그의 다양한 개성과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의 작업은 전통을 살리고 도자 본연의 기능에 충실을 기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단지 그것에 만족하여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조심조심 분청의 새로운 아름다움에 도전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한 결실이 오늘의 전시장에서 우리에게 수다스럽게 말 걸어온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지두문指頭紋이 상형문자로 해, 산, 새, 나무, 물고기, 달을 그려 넣은 한 폭의 풍경화로 혹은 추상화로 등장하고 이에 더해 인화문 장식, 상감기법, 박지기법 문양과 투각으로 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는 장식은 더욱 그 수다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분장과 시유, 초벌과 재벌을 거듭 시도하면서 만들어지는 융합과 균열의 조화를 찾아내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높은 실패확률에도 불구하고 4벌 혹은 7벌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시도를 면밀히 관찰할 때 느껴지는 감동도 이번 전시 작품 감상의 묘미라 할 수 있다. 둘째는, 그의 작업은 오행 사유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이다. 비록 오행의 사유의 본질은 사실상 세계의 여러 현상과 존재하는 사물들을 조목조목 분류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다 할지라도 본래적이며 가장 구체적인 모양은 도자기 제작에서 보듯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물질적 질료의 상호相互 동화同化와 이화異化로서 인식될 수 있다. 김상기의 작업은 그 같은 물질성들의 상호작용을 백분 활용하여 자기 작업의 형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을 나는 ‘우발적이며 두꺼운 표면의 균열과 융합’, ‘인위가 배제된 도상’ ‘퇴적된 시간과 그 드러냄’으로 요약해 본다. 그를 만나러 작업장에 들렀을 때마다 그는 오지 들길에 홀로 서 있는 듯 꺼칠하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다. 마치 추수 끝난 들녘의 남은 벼이삭 마냥 역광을 등에 지고 서 있다. 그의 작품을 예감하기에 충분한 깨달음을 주는 순간이다. 오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약간 낯선 듯한 따뜻한 감동을 그가 만드는 이 그릇들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그의 작품에 견줄 수 있는 표현으로 충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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