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이학수의 옹기종기 이야기(4)
  • 편집부
  • 등록 2004-11-20 23:12:48
기사수정
흙과 물과 불이 손길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황금의 들녘이 농부의 일손을 부른다. 지난여름 불볕이 튼실한 곡식으로 여물게 하였으며, 적당한 햇빛과 물은 성장에 더없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풍성한 가을을 하늘이 섭리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여러 여건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고향의 향수는 변함없이 민족을 하나로 묶어 놓았다. 이제 다시 그 자리에서 마음을 다잡고 목적지가 있는 곳까지 열심히 나아가자! 흙! 이에 대한 도자의 개념적인 정의나 이론보다 의외로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일제 암흑기 중 그러니까 1930년대 초 춘원 이광수가 쓴 장편소설의 제목이 ‘흙’인데 그 무렵 동아일보에 연재되었었다. 허숭이라는 인텔리 청년과 동향 살여울 처녀 유순의 로맨스, 그러다 부잣집 딸 정선과의 결혼… 흙의 주인공인 허숭은 많은 곡절 끝에 정선과 재결합하여 고향으로 내려와 유치원을 열고 윤택하게 만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간단한 내용이지만 필자의 청소년 시절에는 꽤나 진지하게 읽고 나도 정의롭게 살겠노라 다짐하기도 했었다. 월간도예의 구독자 제위께서는 제목이 주는 뉘앙스만으로도 한 번쯤은 읽어 보심이 어떨까? 이 가을 우리들의 손맛과 또한 감성이 풍부해 지기를 바라는 노파심에서 권해 본다. 우리들의 살여울은 어디일까, 영원한 우리들의 고향은 흙이다. 흙에서 왔으니 다시 그리로 돌아갈 것이다. 거기로 가는 과정에 흙과 만났다 여러 풍파들을 만나겠지만 우리는 다시 흙을 만나서 흙과 더불어 고락을 같이 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흙의 주인공으로서 어떤 해피 엔딩을 갖기를 소망하는가. 머지않은 훗날 도자왕국으로 꽃피워졌을 때 그 때에 분명히 주인공으로 남아 계실 것이 확실하기에 억! 억! 하지 마시고 흙! 흙! 하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흙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흙을 만지는 우리에게 관심을 끄는 몇몇 종류를 살펴보자. 굳어있는 암석이 수 세월을 거치면서 바람과 비를 맞으며 해체되고 또 여러 세기가 지나며 진흙도 되고 황토도 되고 그리고 주위의 나무들이 잎을 내었다가 떨어져 다른 흙과 뒤섞여 부엽토가 된다. 진흙은 찰기가 많은 끈적끈적한 흙이다. 70%이상이 찰흙인 진흙은 상당히 단단하다. 따라서 물이 잘 빠지지 않으며 통기성이 아주 약하다. 특히 딱딱하게 굳으면 식물들은 뿌리를 내릴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진흙이야말로 우리들이 즐겨 찾는 것인데 이를 점토라고 한다. 황토는 문자대로 빨간색 흙인데 절반정도 찰기가 있다. 이 흙에는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이 또한 도자의 원재료로 쓰인다. 부엽토는 낙엽들이 부식되어 있는 흙을 말한다. 다른 흙과는 달라서 부드러우면서 가볍다. 이 흙을 약토라고도 부르는데 옹기유약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각기 흙이 갖는 중요성은 대단하다. 우리네 선조들은 흙집(토담집)에서 살았는데 아궁이에 불 넣어 두고 구들방에 누우면 방바닥과 흙벽, 천장 등 사방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으로 자연치유력을 입고 건강하게 살았었다. 요즈음처럼 현대병에 시달리지 않았던 것이다. 참고로 5층 이상 높은 데서 기거하면 땅의 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므로 건강상 좋지 않다는데 특별히 고층에서 사시는 분들은 건강에 각별한 유의를 하시기를 바란다. 질그릇(옹기) 제작과정에 들어가며 먼저 질좋은 진흙을 선택해서 적당량의 물을 주고 뚝메(떡 치는 메처럼 생김)로 쳐서 무더기를 만든 후 께끼(낫 비슷한 도구, 양손으로 잡고 흙 깍는 도구)작업에 들어간다. 위로부터 아래로 얇게 깎아 내어서 메주보다 약간 크게 뭉치를 만든다. 이 작업은 불순물(일반 흙, 돌멩이, 나뭇가지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진흙을 고루 섞이게 하여 준다. 이 때에 뭉쳐진 흙덩이를 바닥에 넓게 깔아 놓는다. 께끼질이 다 끝나면 어느 정도 넓게 깔아놓고 옆메(메통의 하나, 주로 생소나무로 만드는데 길이는 대강 30센티미터의 통나무를 손잡이에 붙여 만든다)로 쳐준다. 내리 친 곳을 다시 한번 쳐준다. 그리고는 바로 꼿메(메통의 하나, 위의 옆메와 같은데 메를 세워서 내리 침)로 두 번을 쳐주는데 이 작업은 물레질하기에 좋도록 점력을 높여주며 수분이 고르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가래(나무삽의 일종, 소나무로 만듬)로 적당히 잘라 뒤집어 놓고 또 한번 옆메와 꼿메작업을 한 후 가래로 또 잘라 질재기를해 놓는다. 이를 두고 고작대미를 쌓는다 한다. 물레가 있는 곳에 가까운 적당한 곳이면 좋다. 이렇게 질재기된 흙을 한 며칠 덮어두면 훨씬 찰기가 있어서 성형을 위한 타래(쳇바퀴와 둥글타래) 늘리기가 좋다. 물론 성형할 때에도 좋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흙의 상태가 안좋은 생흙인 경우에는 께끼작업을 두 번 하기도 한다. 이것을 되께끼(대께끼)라고도 한다. 대개는 흙을 나르고 질재기까지를 도맡아서 하는데 이 일은 건아꾼의 차지다. 간혹 생질꾼이라 하여 이 일만을 전담하여 하기도 한다. 필자가 유년 시절만 해도 모든 제작 과정은 분업화돼 있었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레작업은 독대장의 전담이었고, 만들어진 그릇은 건아꾼의 몫, 내어다 말리고 잿물 칠하고 다시 말리고 그리고 움막에 쌓아 놓기까지. 가마재임과 불질은 불대장이라 하여 따로 있었다. 그리고는 막일하는 일꾼이 있었다. 힘이 들고 어렵고 그랬기에 철저하게 나누어진 일감이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 능률은 물론 공방의 일들이 일사분란하게 잘 이루어 졌던 것 같다. 고작대미로 쌓아놓은 진흙이 많으면 많을수록 뒷일꾼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인가. 대체로 그러한 건아꾼은 독대장 두명을 혼자서 이겨낸다. 다음이야기는 타래로 성형하는 기법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 이학수씨는 전남 보성 미력면에서 9대에 걸쳐 300여년간 전통옹기를 고집스레 지켜온 미력옹기의 대표이며 중요무형문화재 96호 옹기장 전수자다. e-mail : onggikama@hanmail.net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세로형 미코
이영세라켐
02이삭이앤씨 large
03미코하이테크 large
오리엔트
미노
삼원종합기계
진산아이티
케이텍
해륭
대호CC_240905
01지난호보기
월간도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