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두드린 가을 소리
글 안규엽 _ 토마도갤러리 대표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가 언제일까? 하는 바보 같은 질문을 가끔 해본다. 그리고 도예가가 가장 멋있어 보일때는 언제일까? 화려한 개인전을 열 때일까? 아니면 큰 상을 수상했을 때일까? 보는 관점과 가치관은 다르겠지만 땀 흘리며 열정을 가지고 자기 일에 매진하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결실의 계절 가을, 이번 위승연 초대전을 보면서 그런 여장부를 보게 되어 도예계에 희망을 보는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구구절절한 경력보다 이번 전시회에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흙으로 두드린 가을 소리>가 공명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열정에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번 초대전에서 보여준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타래기법(타렴기법)으로 만든 항아리였다. 기존의 물레성형 기법과 전통적 옹기기법을 응용하여 제작한 것이다. 옹기기법은 일반 물레기법보다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과 불안정하게(?) 보일 수 있는 좌/우의 비대칭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두드려 펼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문양을 하나의 장식효과로 살릴 수가 있다. 이것은 옹기성형기법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일 것이다.
번조한 유약을 시유해 가스가마에서 번조한 작품과 장작가마에서 무유 번조한 것이 주로 보였다. 어쩌면 가스가마보다 무유번조기법이 타래기법으로 성형한 좌/우 비대칭의 작품과 맞아 떨어져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앞으로 작가는 자기다운 작품을 나타내기 위해 제작기법과 번조기법, 소지의 선택을 좀 더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번조기법에 있어서 장작가마에서 구워보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작가마의 특성과 구조적인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여러가지를 실험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 과제로 남겨져 있다. 이것은 도전과 수없는 실패를 통해 그녀를 단련시키고 점점 자신다운,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나타날 것이다. 순수한 그의 열정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며 다음번의 전시회에서는 새로운 위승연이라는 도예가를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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