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과정의 연속 글+사진 안병국 _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이탈리아 파엔자에서 유학생활 중 사랑에 중독되었던 것처럼 한없이 오브제 작품에 빠졌던 시절, 제작한 작품 중 몇 점을 선택해 1997년 7월호 본지에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작품은 2년이란 유학생활 중 이루어야 했던 뚜렷한 목적, 즉 작품으로 개인전과 졸업전을 해야 하는 현실이 있었고 2년이라는 기간이 주어진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시점이 나에게 평생에 다시 올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행복감이 겹치면서 모든 시간이 작품에 몰두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이후 정확하게 6년 만에 다시 작품과 함께 글을 기고하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나에게 있어서 6년 이라는 세월이 작품에 있어서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그간 무덤덤하게 작업을 해왔던 세월의 반성과 함께 정리 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재 나의작업은 본인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학교라는 곳은 상반된 것이 많은 곳이다. 작업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면서 나의 것이 아니고 학기 중의 바쁜 생활이 지나 학기가 끝나면 적막감이 공존하는 다같이 공유하는 공간이면서 또 때로는 나만의 공간이다. 또한 공동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내 생활의 지속이며 서로에게 즐거움이 공유되면서 또 화가 나는 곳이기도 하며, 남의 시선이 있으면서 나의 시선이 있는 곳이다. 많은 변화의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참 적합한 곳이다.’라는 생각이 나의 작업의 공간을 합리화 시키고 만족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곳이기도 하다. 학교 전공실에서 이루어지는 나의작업은 학생들에게 본이되기도 하고 대화의 산물이 되기도 한다. 이글을 쓰면서 그동안 학교에서 이루어 졌던 나의 작업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어느방향으로 나아갔는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해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특별한 것이 없고 어떻게 작업을 해 왔는냐?’ 하는 의문과 과정의 반복이 나에게는 큰 의미를 둔다. 작업전에 먼저 청소를 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넓은 전공실 청소는 엄두도 못 내지만 나의 작업을 할 공간의 정리는 오늘은 어떠한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나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레 앞에 앉아서 형태를 성형하는 작업은 아마도 전체작업의 5%정도로 본다. 그렇지만 이 5%가 전체작업의 뼈대가 된다. 형태에 있어서는 풍만하고 육중한 형태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또 변화를 생각하면서 자유분방하고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정형의 과정에서는 나무막대 도구를 이용하여 형태를 만들고 또 흙을 붙이고 깎아내는 과정을 거쳐 가면서 형태가 형성 된다. 굳이 사각의 형태가 아니라 해도 원형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와 날카로움을 피하면서 흙의 이미지가 담겨진 형태를 추구한다. 많은 형태가 사각의 형태로 완성되는 것은 가장 모나지 않음이 있기 때문이다. 정형 후 각인을 할 때는 현란함과 특이함의 과정을 피한다. 이미 존재하는 각인의 모양과 문양의 의미가 나에게는 존경의 대상이고 서로 뒤섞여 각인 될 때는 변화와 함께 보편성의 아름다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장식적인 요건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요건을 택한다. 많은 장식이 형태에게 주는 두려움이 나에게도 있지만 형태를 보조하기 위함이다. 유약은 재유를 많이 쓴다. 형태와 문양이 유약으로 인해 뒤덮여 버리면 불만의 요인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재유가 주는 편안함이 좋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 중에도 이러한 작업이 인위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 질것이고 한편으로는 또 다른 변화도 있을 것 이다. 도예 작업은 나의 일이고 내가 선택한 길이다.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일을 하고, 일을 할 땐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한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 知之者는 不如好之者다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라 안다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 노 자 - 필자약력 목원대학교 산업미술학과 졸 / 국민대학교 대학원 졸 이태리 국립도예학교 졸 개인전 6회(서울, 대전, 이태리) / 국내단체전 다수 해외단체전 10여회 현, 한국미술가협회 한국공예가회 대전도예가회 도원회 주전자전 한국미를찾는도자모임 대전기독인미술가회 회원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