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鉉眞 / 인터베스트(주) 팀장
“벤처캐피탈이란 고도의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으나 자본과 경영능력이 취약한 기업에 설립초기부터 자본과 경영관리, 기술지도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투자기업을 육성한 후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금융방식이다”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90년대 말 IMF 사태를 통과하면서 한국경제의 화두를 이룬 단어를 찾으라면 단연 ‘벤처비지니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999년에서 2000년까지 코스닥의 활황을 바탕으로 많은 일반인들이 벤처라는 단어에 익숙해졌고, 벤처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침체되었던 한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벤처캐피탈이라는 합성어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벤처캐피탈의 특징과 그 안에서 일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소개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벤처캐피탈의 역사
세계 최초로 벤처캐피탈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벤처캐피탈의 투자사례가 스페인 이사벨라 왕비가 지원한 컬럼버스의 미대륙 발견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현대적인 벤처캐피탈이라는 개념자체가 미국에서 출발한 점을 고려한다면 1946년 J. H. Whitney & Co. 와 AR&
D의 창업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보스턴에서 설립되어 주로 MIT의 연구결과를 상업화하는데 주력했던 AR&D(America Research & Development)의 설립자인 Georges Doriot는 다음과 같은 6가지의 벤처투자와 관련한 동시에 만족해야할 기본조건을 내세웠는데 1)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개념 또는 새로운 상품, 2)기업의 경영에 대해 통제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참여가 보장되는 경우, 3)우수한 경영진, 4)최소한 전형적인 초기단계를 지난 제품이나 기술로서 지적재산권 혹은 영업기밀로 보호될 수 있는 것, 5)수년 내에 기업공개를 하거나 기업을 팔 수 있는 경우, 6)자본뿐만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 등 6가지이며 이러한 조항들은 최근의 벤처투자에서도 지켜지고 있는 투자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이란 합성어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위험을 수반하는 모험(venture)과 개인의 저축의 결과이며 동시에 투자여력으로서 소중한 자본(capital)은 서로 결합되기에 모순이 있는 단어의 조합이라는 의견이 강했지만 AR&D가 1972년 Textron, Inc.에 매각될 때까지 27년간 연복리 14.7%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벤처캐피탈의 존재와 성공가능성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KAIST의 연구결과를 기업화하기 위한 전담기구로 한국기술진흥주식회사(K-TAC)가 설립되어 최초의 미국형 벤처캐피탈의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그 후 한국개발금융주식회사(장기신용은행)가 K-TAC과 공동으로 KAIST 연구결과의 기업화에 참여하여 연구개발형 신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업계가 벤처캐피탈회사의 설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간주도 운영형태의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KTDC)가 조건부 금융형태로 영업하는 7개 단자회사와 국제금융공사(IFC)의 공동출자로 설립되었다. 1984년 10월에는 한국기술금융주식회사(KTFC)가 한국산업은행의 전액출자로 설립되어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및 융자업무를 수행하였다.
한국의 벤처캐피탈회사 설립의 활성화는 1999년 코스닥 폭등을 계기로 이루어졌으며 이후 전반적인 경기의 침체로 인하여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등록된 업체수가 일부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현재도 120여 개의 벤처캐피탈회사가 다양한 영역에 지속적인 투자를 행하고 있다.
2. 벤처캐피탈의 투자방식
최근 화제가 되었던 대형공연이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보면 다수의 벤처캐피탈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화산업에 참여하는 것이 벤처투자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벤처캐피탈의 본성인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여 투자금에 대한 투자이익을 획득한다는 면에서 볼 때는 명백한 벤처투자이다. 다만 이러한 투자방식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고 분류하여 일회성의 단기적 회수를 전제로 하는 투자로 구분하고 있으며 게임, 혹은 영화, 공연과 같은 일부 영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벤처캐피탈 고유의 투자방법은 신주인수를 통한 지분참여와 전환사채 혹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을 통한 투자를 들 수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대출자금과 벤처캐피탈의 투자자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분참여의 형태로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점이며, 이로 인하여 회사의 성장과 관련한 다양한 경영지원과 참여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위의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금융권의 대출자금은 담보를 바탕으로 투자금에 대한 이자수수 및 원리금 회수가 주목적이 되는 반면 벤처캐피탈의 투자자금은 회사의 성장을 통한 공개시장에서의 보유지분매각을 통한 회수 혹은 M&A를 통한 회수를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벤처캐피탈 투자자금의 성격으로 인해 투자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벤처캐피탈의 투자심사역은 다양한 형태의 회수방안을 고려하게 되고 각각의 벤처기업의 상황에 맞는 투자방식을 선정하게 된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의 투자자금의 대부분이 만기가 정해져 있는 투자조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적절한 시기에 회수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검토대상의 하나가 되고 있다. 벤처투자조합이란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추구하는 속성을 가진 자금들이 모여서 일정한 기간동안 벤처캐피탈에게 운용을 의뢰하는 형태의 금융자산으로 업무집행조합원인 벤처캐피탈과 출자자로 구성되어 투자업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여 투자하는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조합의 운영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선진기법이 도입되면서 2003년부터는 벤처투자시 기존의 보통주를 인수하는 방식보다는 상환전환우선주(Preferred Stock)의 발행이 일반화하고 있으며, 위험회피를 위하여 전환사채의 발행비중도 예년에 비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3. 벤처캐피탈의 목적과 벤처캐피탈리스트
일반인이 행하는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와 같은 모든 종류의 투자가 그러하듯이 벤처캐피탈이 수행하는 벤처투자 역시 투자수익을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 특히 이전에 서술한 바와 같이 최근의 벤처캐피탈은 투자조합을 결성하여 벤처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는데 참여한 출자자에게 약속한 일정수준 이상의 이익을 배분하는 것이 조합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벤처캐피탈이 자체자금이 아닌 조합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는 정해진 조합만기내에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는 경우에만 성과보수라는 개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의 투자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의 벤처투자의 패턴이 많은 업체에 소액을 투자하는 방식에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업체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투자를 집행한 후 강화된 투자관리 및 사후지원을 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이와 같은 성공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발굴하여 투자를 집행하고 이후 코스닥 시장 등록 등의 방법으로 회사를 공개하여 보유지분을 매각할 때까지의 모든 사후관리와 지원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금융부문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급격하게 발전하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필드경험을 지닌 상당수의 엔지니어 출신 인력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벤처산업의 성숙에 따라 벤처캐피탈리스트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각자의 전문화된 영역을 찾아가고 있으며 접수된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산업을 분석하고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여 성장이 기대되는 업체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비율이 높이지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결정의 상당부분이 소속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판단에 좌우되는 만큼 벤처캐피탈에서는 보유인력의 경쟁력강화를 위하여 각종 전시회, 시장관련 세미나의 참석 등의 재교육과 우수한 투자실적을 가지는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경우에는 자신의 모든 투자경력이 벤처산업에 종사하는 내내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치열한 자기계발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개별투자와 관련한 모든 위험요소를 파악하기 위하여 투자를 검토하는 3~6개월 동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투자대상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장과 기술흐름, 경영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Due Diligence라고 하는데 예정된 실사방문 이외에도 불시에 영업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방문을 하는 등 제시된 자료이외에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확인하고자 노력을 하게 되며 투자담당자가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대상업체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에서 분석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Due Diligence 과정을 거쳐 투자를 집행한 후에는 투자업체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하여 재무, 회계관련 인력의 지원, 경영전략 협의, 매출처 발굴 등 가능한 모든 협조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모든 지원은 경영자와의 인간적인 유대관계와 더불어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때때로 투자기관이 투자대상업체를 선정하는 것처럼 경영자가 최종적으로 투자기관을 선정하는 결정을 ‘외로운 경영상의 결정을 내릴 때 늦은 밤일지라도 함께 마주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경영자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4. 맺음말
1990년대 말부터 진행된 벤처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거품경제의 발생과 한탕주의 등 미국 등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었던 문제점들이 단기간에 드러나면서 벤처산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점은 IMF 이후 벤처산업을 바탕으로 경제회복을 이루기 위하여 급격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며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업계를 비롯한 모든 벤처비지니스산업계가 지속적인 자정노력을 통하여 벤처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2004년 이후에도 한국에서의 벤처산업은 경제발전에 건강한 자극을 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신생기업이 꾸준히 등장하여 벤처캐피탈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투자활동과 지원을 통하여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사이클이 유지되면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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