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의 혁명’이라는 수식을 단 「B2B 네트웍 구축 지원사업」이 시작된 지 벌써 4~5년이 지났다. 산업자원부에서는 ‘전자상거래를 산업과 무역의 기본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0년(1999년 시범사업) 9개의 업종을 선정해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위한 네트웍 구축사업을 지원했다. 이후 매해 업종을 추가 선정해 내년까지 총 50개 업종의 B2B 네트웍 구축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공예산업부문은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주관으로 「공예산업 B2B 네트웍 구축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 5월 공예 관련 전자상거래를 실시하고 있는 (주)씨사이의 운영·기술 지원으로 33개의 업체를 대상으로 공예산업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이는 산업자원부가 선정·지원하는「B2B 네트웍 구축 지원사업」의 5차업종으로 채택됐다.
B2B(Business to Business)는 기업간에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를 뜻한다. 효과적인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는 각 분야별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네트웍의 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상거래의 필요요건이 온라인상에서도 갖춰져야 하며, 오프라인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공예산업 B2B 네트웍 구축 지원사업」이란?
먼저 공예산업에 있어서 기업간 전자상거래의 효용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B2B라는 말의 생소함도 있지만 우선 공예산업이라는 말조차 익숙하지는 않다. 소규모 가내 수공업형태가 대부분인 공예업체들에게 기업간 거래는 개인간의 상거래와 별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업은 ‘공예산업의 파격적인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예산업 네트웍에는 상품으로 생산·판매되는 공예와 상품뿐 아니라 재료공급업체, 유통업체, 전시·판매장, 개개인의 공방, 소규모 모임, 지역별모임, 협회 등의 정보도 포함하고 있다.「B2B 네트웍 구축 지원사업」은 기업간의 상거래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산재해있는 각종정보를 모아 DB화하고 분류체계 등의 표준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괄목할 만한 의미를 갖는다. 진흥원측은 “이번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예산업 전반의 정보화 기틀을 마련하고 표준화와 DB구축을 통한 정보교류와 지식기반을 구축하고 협업을 통한 판매증진 및 온라인 기반의 거래를 통해 공예산업의 e-Transformation을 실현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3차년도 계획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현재 ISP(Information Strategy Planning : 정보화 전략계획)작업 중이며, 이후 표준화작업과 전자카탈로그 DB구축, 거래프로세스 표준화, 인증마크제 도입, 제작이력추적시스템을 통해 공예포탈(e-Portal)과 이마켓플레이스(e-Marketplace)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전략과 B2B 사업을 활용한 장기적 수익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공예산업 B2B 네트웍 구축 지원사업」 효과에 대한 기대
B2B 사업의 효과에 대한 기대는 표의 내용 외에도 다양하다. 50개 업종의 B2B 산업과 밀접한 연관으로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프랜차이즈 업종과 화훼 업종에서 협업을 제의했으며 공예측에서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자부가 표방한 ‘산업과 무역의 축’으로서의 B2B사업은 가깝게는 일본의 B2B와 무역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개개인의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던 세계화 진출이 B2B네트웍을 발판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거란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든든한 네트웍 구성을 위한 정보 수집 적극적 홍보필요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기대효과들은 기반이 될만한 든든한 네트웍이 구축되었을 때에 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 폐쇄적인 공예가들에게 정보를 공유했을 때의 이점이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그들의 창고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업체들은 물론이고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조차 사업의 전망과 방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인사동의 한 공예업체 운영자는 “B2B라는게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서로서로 좋은 일이라기에 참여하긴 했는데 어떤 점이 좋다는 건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해 홍보상의 문제를 드러냈다. 참여자 개개인의 관심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볼 수 있지만, 각각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설명회와 워크숍에 참여하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IT에 관한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홍보자료가 필요하다.
주관처와 협회 단체 공예가들의 협력요구
최근 한 공예단체는 해당 정부부처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자 다른 부처와 유사한 사업을 진행해 공예계의 단합되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업 주관처인 진흥원과 타 협회간의 완력싸움은 통합된 네트웍을 구성하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관처에서는 가능한 많은 공예계 종사자들을 포용해 최대한 공정하게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며, 각 협회, 단체, 공예가들도 사업의 주관처에 협력해야 한다. 공예계 종사자들의 미약한 협조와 참여는 B2B도 공예포탈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초창기(2000년)에 사업을 시작한 공예 B2B 1세대들은 미진한 성과에 대해 5년전 ‘기술 선도’라는 자만심으로 상거래의 근본을 소홀했다는 자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좋으니 쓰라’가 아니라 ‘이것을 이용하면 이러한 혜택이 있다’는 식의 접근이 B2B 업계 전반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올해 들어 변화가 크다. 정부 주도로 추진돼온 업종별 B2B 전자상거래 시범사업의 평가를 올해부터 성과 위주로 전환했다. 수년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에만 초점을 맞춰 지원해 왔으나, 앞으로는 세밀한 평가를 통해 차등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공예B2B 사업이 시작된 것은 그동안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던 업종들에 비해 ‘더 잘해야만 한다’는 상황을 환기시킨다. ‘세밀한 평가’를 통해 성과가 없으면 중도에 탈락할 수도 있는 이 사업이 어떻게 추진될 것이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도예인들을 비롯한 공예인들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우려에 찬 목소리로 한발 물러서 방관하기 보다는 본질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질책과 격려와 협조가 ‘공예계의 센세이션한 혁명’을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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