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
올해 들어 인사동을 관할하고 있는 서울시에서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이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인사동내 전통문화 업소를 권장하고 유흥단란주점 등 비문화업종을 제한하는 세부실천사항을 승인했다. 관리계획에 따르면 단란주점, 유흥주점, 패스트푸드점, 패밀리레스토랑, 커피전문점 등 인사동 이미지와 맞지 않는 업종은 문화지구관련조례에 따라 신규영업이 전면 금지된다고 한다. 한편 골동품점, 화랑, 공예품점, 표구점, 필방 등 5개업종은 권장시설로 분류돼 조세감면, 융자지원, 입주지원 등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게 된다. 또한 현재 공휴일에만 실시되고 있는 ‘차없는 거리’를 평일에도 차없는 보행전용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 때문인지 인사동내 화랑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미술시장의 경기가 바닥상태에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부분의 화랑들이 변신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화랑들이 오랜 불황을 겪으면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 공격적 운영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의 움직임은 기존의 화랑들이 공예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아트숍 운영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현재 인사동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트숍 사업은 내년 상반기 개관예정인 ‘쌈지공예골목프로젝트’와 메이져 화랑인 갤러리현대가 지난해 말 인사동에 문을 연 ‘두아트(DO ART)'이다.
쌈지공예골목프로젝트
지난해 인사동 영빈가든 주변의 전통찻집, 표구사, 골동품가게 등 인사동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업소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시정개발연구원과 시민단체 등이 ‘12가게 살리기 운동’을 벌였으며 (주)쌈지 측이 이를 사들인 일이 있었다.
패션브랜드업체 (주)쌈지는 매입한 ‘12가게’ 부지 4백 50여평에 연건평 1천 200여평의 새 건물을 짓는 대규모 ‘쌈지공예골목프로젝트’를 내년 1월 완성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인사사거리에 이르는 약 400m 구간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가게들을 한 건물에 옮겨 공예전문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박물관과 같은 형태가 될 나선형 건물의 내부에는 순수 공예 작가들이 작업하고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5, 6평 규모 생활소품점 50~60개가 들어선다.
(주)쌈지 측은 “전통과 현대 공예품, 디자인 문화상품 및 리빙관련 업종 등 인사동 정서에 맞는 50여개의 작은 가게들을 임대운영 해 공예관련 작가와 공방의 문화상품 참여를 적극 유도해 전시판매장과 각종 문화 관련 이벤트 및 전시문화공간을 구성 인사동 안의 작은 인사동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쌈지공예골목프로젝트’에는 몇몇 도예인들도 매장입주를 통해 공예문화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다. 입주 신청자 중에는 도예가 박종훈, 김종인, 김선미씨를 비롯해 도예업체와 단체로는 나니쇼, 도한사, 보원요, 명지대 제품연구회, 뫼풀도예, 손내옹기 등이 입점을 희망하고 있다.
DO ART,
인사아트센터
지난해 말 한국 상업화랑의 효시격인 ‘갤러리현대’가 서울 사간동 본관과는 별도로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모던아트를 취급하는 복합미술공간 ‘두아트(DO ART)’를 개관했다. 그간 국내 미술계 대가 위주의 전시만을 해온 ‘갤러리현대’의 이같은 움직임은 작가와 미술품의 세대교체를 통한 미술시장의 변화와 모색으로 보여 지고 있다. ‘두아트’는 지하 1층과 지상1층은 아트상품 판매숍이며 지상 2, 3층은 전시공간으로 운영된다. 아트숍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유명 디자인 상품들도 적극 유치,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 인사동의 많은 화랑들이 재건축을 통한 규모확장과 리모델링을 통한 구각을 벗은 수익성 높은 공예품 아트숍 겸 전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인사아트센터’는 공예전문전시장인 제5전시장과 공예관 ‘미루(美樓)’를 새롭게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도자를 비롯해 섬유, 금속 등 전통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공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덕원갤러리, 학고재, 선갤러리
‘덕원갤러리’는 실험성이 많은 현대미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천장과 바닥 등의 공간을 다시 만들기 위해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자연채광이 가능케 해 옥상도 야외설치 전시를 할 수있도록 바꿀 예정이다. 올 8월에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덕원갤러리의 1, 2층은 아트숍이 입주된다.
유명작가의 전시만을 고집해온 ‘학고재’는 지하1층과 지상 4층짜리 새로운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올 봄에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하 1, 2층은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3, 4층은 한국문예진흥원에 임대할 계획이다.
오는 5월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선갤러리’는 전시공간을 대폭 늘렸다. 예전 40평의 공간에 4층짜리 건물이 새롭게 들어서면 전시공간은 180여평으로 늘어난다. 1층은 아트숍으로 2, 3층은 각 60평의 전시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 같은 현상에 관해 한 공예인은 “신규 아트숍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인사동 거리는 아트숍의 거리로 탈바꿈되고 있다. 아트숍은 갤러리나 미술관과 연계돼야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시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미술관이 없어지고 전시기능도 약해져가는 인사동에서 아트숍들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은 공예문화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한다.
부침의 영겁속에서 이젠 가장 한국적인 문화거리로 부상
서울 인사동 거리는 종로 2가에서 인사동을 지나 관훈동 북쪽의 안국동역 사거리까지를 말한다. 과거 인사동 길은 종로에서 인사동 네거리 즉 태화관길과 만나는 곳까지였다. 인사동의 명칭은 조선시대 한성부의 관인방(寬仁坊)과 대사동(大寺洞)에서 가운데 글자 인(仁)과 사(寺)를 따서 부른 것이라 한다. 일제강점기 말부터 골동품상가가 밀집돼 왔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수집했던 골동품과 고서화(古書畵)를 처분하고 또 그것을 새로 진주한 미군들이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 상권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70년대 중반부터 정부의 중과세조치와 가짜 고서화 사건 등으로 인사동 골목을 차지하고 있던 2백여개의 골동품 상점이 하나둘씩 청계천 등지로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그림을 취급하는 화랑과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전통 차 문화 붐이 일면서 다기(茶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자기 상점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그 후 인사동은 또다시 쇠퇴의 몸살을 맞게 된다. 80년대 후반 상당수의 화랑이 한강 건너 청담동과 신사동으로 옮겨갔다. 90년대 말에는 사간동 일대에 대형 갤러리가 자리 잡았다. 그 시점부터 이곳의 화랑은 개업과 폐업의 순환 속에서 오늘까지 그 면모를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 인사동은 가장 한국적인 거리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중심가 양쪽에는 골동품가게 고미술품 가게 등이 늘어서 있다. 골동품가게 진열대엔 수백년된 불상도 있고 70년대 아톰인형도 있다. 길거리 역술가 앞에는 젊은 남녀가 쪼그리고 앉아 궁합을 본다. 고풍스런 찻집에서는 작설차 대추차 인삼차 등 전통차를 내놓는다. 인사동에는 4, 5년전에 비해 음식점이 3배로 늘어났다. 언제부턴지 이곳에서도 에스프레소 커피 향과 스파게티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현대식 건물도 곳곳에 들어섰다. 인사동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은 “눈요깃거리와 먹거리가 많다고 해서 처음 와봤다. 이곳은 대학로와 종로, 남대문시장을 섞어놓은 것 같아 재밌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외국관광객과 가족단위의 단순 나들이객, 잡상인들이 몰리면서 미술작품 구매층을 잃어버린 인사동에 공예시장이라는 새로운 틈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사동에서 새롭게 탄생되고 있는 공예시장이 인사동에서 새로운 문화 전성기를 차지하게 될지 관심거리다.
내년 상반기 쌈지공예골목으로 새롭게 조성될 인사동
매주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인사동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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