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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권 455호 2026. 04 | 기고 ]

[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61]_백자 청화 잉어무늬 항아리
  • 관리자
  • 등록 2026-03-30 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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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61]


푸른 물결 속의 조선, 잉어 항아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백자 청화 잉어무늬 항아리 

白磁靑畵鯉魚紋壺


글_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문화유산 평론가


사진1. 「백자청화 잉어무늬 항아리」 조선시대(15세기) | 높이33cm, 입지름12cm, 바닥지름17.5cm


이 유물은 조선 전기, 15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청화백자로 우리나라 최초의 청화백자군에 속한다. 몸통의 모습은 어깨가 풍만하고 아래로 완만하게 내려오는 전형적인 조선 초기 큰 항아리의 비례를 보이며, 입구 부분이 비교적 낮고 넓게 올라온 형태이다. 무늬의 구성에서 보이는 넓은 여백, 화면 분할식 창窓의 구성, 청화 안료의 농담 대비와 번짐은 15세기 관요의 청화백자 특징과 부합된다. 특히, 물고기의 표현이 사실적이면서도 회화적 필선 위주로 처리된 점과 몰골법의 기법은 조선 초기 청화백자의 전형적인 무늬 기법이다. 사진1)  

  커다란 몸통임에도 태토가 치밀하고 유약층이 안정적으로 시유 되었으며, 바닥 굽의 마무리 방식과 접지면의 자연 마모 흔적이 관요 제작 백자의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굽 둘레에 형성된 갈색 산화층과 자연 침윤은 분원 관요계 고화도 고성 백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요소이다. 입구 부분의 안쪽과 안 바닥에는 물레회전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 몸통의 제작공정을 잘 보여준다. 사진6, 9)

  청화 안료는 중국에서 수입한 코발트(회회청) 계열로 발색은 회청색에서 짙은 남청색까지 농담 차이가 크며, 일부 선에서는 스밈 현상이 관찰된다. 이는 안료 정제가 완전하지 않았던 조선 초기 청화의 특징으로, 무늬의 가장자리에서 자연스러운 농담 변화와 철분 혼입에 따른 색조의 편차가 확인된다. 사진11, 12)

  몸통의 유약은 철분 함량이 낮은 투명유로, 전반적으로 유백색 바탕에 약간의 청회색 기운을 띤다. 고화도 소성으로 인해 표면의 유면은 비교적 매끄럽지만, 부분적으로 미세한 철점과 자연 유흔이 남아 있다. 입구 부분과 굽 둘레에는 장기간 매장에 따른 자연 착색과 토양 성분 침윤이 관찰되며,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흔적이다. 바닥 굽은 낮고 넓은 원각 굽으로, 접지면이 비교적 평평하게 형성되어 있다. 굽 둘레에는 소성 중 가마 바닥과 접촉하면서 형성된 갈색 산화층이 고르게 분포하며, 소성 후에 갈아 낸 흔적이 있다. 사진4, 5)

  몸통에 가득 채워진 무늬는 어깨 부분과 아랫부분의 종속무늬와 몸통 가운데에 주 무늬가 격식에 맞게 구성되어 있으며 주 무늬는 몸통을 감싸고 있는 꽃 넝쿨무늬 속에 대칭으로 두 개의 창호 속 잉어를 중심으로 한 어해도를 그려 넣었으며 양옆은 분할 된 창호를 위아래로 배치하여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수초와 함께 그렸다. 16세기에 이르면 몸통의 주무늬와 종속무늬의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사진2, 3, 18)

  커다란 잉어는 비늘을 규칙적인 짧은 붓질로 반복해서 처리하여 윤곽선보다 면 분할 위주로 그렸는데 이는 15세기 상징적, 도식적 표현의 이다. 그리고 눈은 점 또는 작은 원으로 단순화하고 입과 수염 표현이 과장되지 않고 머리 부분에 장식적 강조가 없게 그린 것 역시 조선 초기의 회화 양식에 부합한다. 수초 또한 상징적 기호처럼 단순화하여 화면 균형을 위한 보조 요소로 그렸다. 이렇게 절제된 그려진 무늬에서 조선 초기 청화백자의 절제된 표현이 느껴진다. 사진7, 8)

  중국 원나라의 「백자청화어문항아리」는 몸통의 무늬가 화면을 가득 채운 높은 장식성과 강한 청화 발색을 특징으로 하는 데 비해, 이 유물은 넓은 여백을 살린 능형 창의 구획과 절제된 무늬의 배치를 보여주며 회화적 필선과 자연스러운 물속의 물풀 표현을 통해 담백한 미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청화 안료의 발색은 중국과는 다르게 농담 변화와 번짐을 수용하며 독자적인 청화 양식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19)

  이 유물은 조선 초기 청화백자의 성립과 전개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나라 도자사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고기 무늬는 다산, 풍요, 길상의 상징으로 유교적 이상 국가를 지향하던 조선 왕실과 관료 사회의 상징 체계와도 밀접하다. 특히 주 문양을 능형 창 형식으로 분할하여 물고기 무늬와 물풀을 배치한 구성은 중국 명나라의 청화백자를 넘어서 조선의 미감이 새롭게 정착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커다란 항아리의 제작 기술, 청화 안료의 운용, 왕실 관요 체계의 성숙도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조선 전기 청화백자의 최상급 범주에 포함될 만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사진15, 16, 17)

  한편, 이 유물과 같은 종류의 「백자 잉어문 항아리」(보물, 삼성미술관 리움)도 주목되는데, 이 유물보단 9cm정도 키가 작고 입구는 좁고 높으며 약간 안쪽으로 경사지게 만들어졌다. 몸통 무늬의 구성은 거의 같은데 잉어와 송사리가 물풀 사이를 헤엄치는 물속의 풍경이다. 유색은 푸른빛이 감도는 회백색이며 몸통의 기벽은 두꺼운 편이다. 청화 안료의 발색은 농담을 적절히 구사한 몰골법이 확인되며 15세기 중엽에 제작된 유물로 추정된다. 사진14)

따라서 이런 무늬를 구성한 청화백자가 15세기 중엽 ~ 15세기 말까지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으며, 중국의 청화백자의 영향 속에서 조선적인 조형과 문양의 구성이 성립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잉어의 생동감 있는 필치와 여백의 활용, 길상을 상징하는 절제미로 승화시킨 사례로 조선 초기 제한된 코발트 안료 운용과 안정된 몸통의 형태 조성은 당시 관요 체제의 초기 실험과 기술 축적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후 조선시대 청화백자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초석이 되는 국보급 유물이며 이 정도 최상급 수준의 조선 초기 청화백자 항아리의 현존 수량은 전 세계에서 10점 내외로 희귀하다.


<본 기사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26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 전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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