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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재조명-현대백자의 개발과 활용
  • 편집부
  • 등록 2006-09-08 13: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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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재조명

현대백자의 개발과 활용

글+사진 정연택 _ 명지전문대학 공예디자인과 교수

현대적인 백자의 개발에 관한 그 어떤 보편적인 법칙을 미적 차원에서 제시하기란 궁극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최종적인 제작과정이 결국 제작자의 주관적인 미적 경험의 세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발의 필요성에 따른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가능하다. 그러나 제작 단계에선 결국 제작자 개인의 주관적 해석과 감각의 세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율적인 선택이 뒤따른다. 따라서 그 같은 자율적 선택을 일괄적으로 지배할 만한 미적 법칙을 제시하기란 감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부작용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피하고자 한다. 오히려 주제와 관련하여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서 문제의 접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자 한다.
필자가 교편을 잡고 있는 명지전문대학에는 <도자제품연구회>가 1997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다. 도자제품연구회는 일종의 Incubating Program으로 전문가 양성에 있어 2년제의 시간적 약점을 보완하고, 조선백자의 연구와 개발을 통해 특화성화 된 전문성을 길러내고자 만들어졌다. 연구회는 2000년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어 왔으며, 전시내용은 당연히 백자의 현대화를 목적으로 제작된 제품들로 채워져 왔다.
도자제품연구회는 설립 초기부터 제품디자인의 출처를 조선백자로 삼고 출발했다. 따라서 디자인을 위한 자료 수집은 조선백자와 관련한 텍스트를 통해 얻는 가운데 자연스레 조선백자의 미적 특성에 익숙해지게 하였다. 2000년에 첫 전시회 <백자식기전>에는 새롭게 개발된 측면 보다는 조선백자의 느낌을 눈으로 익히고 기술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1, 2) 
2001년(사진 3)에 이어 2002년도 전시회에 이르면서 연구회는 조선백자의 텍스트를 통한 디자인 개발의 당위성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이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Copy가 단순히 개인의 창조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새로움의 발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인간과 자연의 세계가 생물학적인 유전자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듯이 문화적인 유전자의 세계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였다. 전통과의 단절을 통해 새로움을 주장하는 아방가르드식의 방법론을 벗어나 전통의 연장선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적극적인 Copy작업은 조선백자에 대한 보다 주의 깊은 관찰과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사진 4~7)   
2003년도의 <백자식기전>(사진 8, 9)을 마지막으로 2004년부터는 활용성에 보다 관심을 두고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4년도 전시주제는 <주기·제기전酒器·祭器展>이었다. 작은 술잔 하나가 문화의 미학적, 사회적 지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도자기가 단순히 식기가 아닌 인간의 미학적 삶을 고양시키는 정신적 매개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획되었다. 또한 목기木器로 주종을 이룬 제기祭器그릇 시장에 도자기를 진입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다양한 주기세트와 제기세트도 개발하여 전시하였다. (사진 10~16)
2005년도에는 음식문화의 변화에 따른 접시의 수요와 이에 적합한 디자인을 개발하고자 을 개최하였다. 접시는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도자기 제품을 세트화 시키는 작업을 전시하였다. (사진 17~23) 전시된 제품들은 조선백자의 형태적 재현의 느낌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감성적 차원에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은 조선백자에 대한 보다 자유롭고 선택적인 해석의 여지를 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적이면서 평범한 형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조선백자의 단아함과 화려한 듯 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의 형태와 장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조선의 백자를 재현하거나 변형시키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만드는 제작자의 직관적인 인식의 작용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정한 작업방식의 틀로 그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방법이 있다면 오랜 동안 조선백자에 대한 시각훈련을 통해 안목을 높이고, 수많은 반복 작업을 통해 기술력을 쌓아가는 가운데 이를 실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는 현실적 안목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5년도에 개최됐던 <라면사발전>과 2006년도에 가졌던 은 현실적인 안목의 차원에서 백자의 활용문제를 더욱 고려하여 기획된 전시회였다.
2005년 인사동 쌈지길 1260#에서 열린 <라면사발전>은 오늘날의 생활형태와 소비문화의 추세를 고려해 기획하였다. 전시회의 제목이 구체적인 만큼 분명한 디자인의 모티브를 제공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구체적인 구매동기를 부여하고자 했다. 주 소비 대상을 30대 전후의 싱글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새로운 기능과 감성의 세계를 부여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릇 위에 반찬을 올려놓을 수 있게 한다든지,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여성의 식사 방식을 고려해 보기도 했다. 또는 라면이라는 음식이 지니는 정서적 측면을 디자인의 문제로 다뤄 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사발이 지니는 관념적인 형태로부터 벗어난 디자인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24~29)
2006년도에 열린 은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장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커피잔이 너무 일반적이어서 다양한 디자인이 있을 듯 싶지만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흔해서 부가가치가 없어 보이는 커피잔을 제작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방치한 결과였다. 새로운 제품으로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현명한 처사겠지만, 기존에 형성된 시장의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여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의 영역은 세부적으로 Coffee & Cigarette, Coffee & Food, Coffee & Dessert, Coffee & Pot로 나누었으며, 디자인의 고려사항은 특히 커피 잔이 지니는 감성적 요소와 결합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사진 30~35)
현대백자의 개발과 활용 문제에 관해 필자는 다양한 이론적 풀이보다 도자제품연구회가 그동안 개발해 온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그러나 연구회가 실행해 온 그간에 방법론과 결과물들이 사회적으로 검증이 덜 된 상태에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것은 아직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연구해 온 결과물인 만큼,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는 자료적 가치는 지니고 있다고 본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한 편의 논문 이상으로 그 가치와 효과를 지닐 수 있다. 이론이나 말뿐이 아닌, 노동을 통해 구체화된 결과물이 제작자의 직감을 더욱 쉽게 자극하고 새로운 감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열의 속에 현대백자의 연구사례가 실제 제품으로 축적되어 나갈 때, 전통과 현대의 간극은 좁혀지고 그것의 이분법적 갈등의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필자 정연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학고 3회 개인전을 가졌다. 논문으로는 <현대산업사회에 있어서 공예의 문화적 의의>(1986, 서울대), <현대공예의 탈도구성에 대한 비판적 소고>(1992, 명지전문대), <공예의 역사적 개념에 관한 연구>(1995, 명지전문대), <공예유통 활성화를 위한 전문교육>(2003), <현대공예의 노동의 의미>(2004 한국도자학회 학술대회 연구논문) 등이 있다. 현재 한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며 명지전문대학 공예디자인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본사이트에는 일부 사진자료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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